"스마트폰은 단순히 사진만 찍어 소셜미디어에 포스팅을 하는데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기기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최고 시절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의 미래는 여전히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으며, 'LG G5'와 '프렌즈'는 바로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시간으로 21일 오후 2시 산 호르디 클럽에 마련된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현장.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준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장 사장이 무대에 올라 풀메탈 모듈형 스마트폰 신제품 'LG G5'를 꺼내들자 박수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새 전략 스마트폰 G5를 공개했다. LG전자가 MWC에서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MWC 개막 전야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갤럭시S 시리즈가 베일을 벗는 날이다. 확실한 경쟁우위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이슈에 매몰될 위험을 감수하고서 LG전자는 삼성보다 5시간 일찍 신제품을 발표하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이번에야말로 LG전자가 일을 냈다는 분위기다.
이날 LG전자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행사 장소인 산 호르디 클럽에는 1800여 좌석 규모에 3천명의 미디어와 거래선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MWC 행사장인 피라 그란비아와 산 호르디 클럽을 오가는 20대의 45인승 대형 버스가 40회 이상 왕복 운행을 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G시리즈의 5번째 모델인 G5는 세계 최초로 '모듈 방식(Modular Type)'을 적용한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외부 디바이스(프렌즈)와 물리적 결합 혹은 유무선 연결을 통해 확장된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하단부에 위치한 기본 모듈을 서랍처럼 당겨서 분리, 교체할 수 있으며, 분리한 기본 모듈 대신 스마트폰을 디지털 카메라나 하이파이 오디오로 변신시켜주는 확장 모듈을 합해 사용할 수도 있다. 360도 영상을 촬영해주는 '360 캠'과 휴대용 가상현실 기기인 'LG 360 VR' 같은 8종의 '친구들'도 함께 소개됐다.
획기적인 모듈 방식 외에도 G5는 LG 전략 스마트폰 최초로 채택한 풀메탈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금속 표면을 처리하는 ‘마이크로 다이징(Micro-Dizing)’ 기법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색상을 구현하는 동시에 안테나 선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작들부터 발전시켜온 카메라 기능은 더욱 향상됐다. G5에 탑재된 2개의 후면카메라(듀얼카메라) 중 하나는 135도 광각을 지원한다. 135도 광각 카메라는 스마트폰 내장형 카메라로는 세계 최대 화각이며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약 1.7배 넓게 촬영할 수 있다.
이날 ‘당신이 더 많이 놀수록 삶은 나아진다(Life’s good when you Play more)’라는 슬로건에 맞춰 노타이에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조준호 사장은 “이제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더 이상 흥분하지 않는다”며 오늘날 사람들은 액션카메라, 드론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G5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40분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구글, 퀄컴, 패럿, 뱅앤올룹슨의 핵심 임원들로 깜짝 초대 손님만 4명을 무대에 올리며 G5의 확장 모듈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찰스 암스트롱 구글 스트리트뷰 총괄 매니저는 360도 카메라와 VR기기의 연결성을, 드론 전문 업체 패럿은 G5가 드론 컨트롤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뱅앤올룹슨은 G5의 2개 확장 모듈중 하나인 ‘하이파이 플러스’에 로고를 붙이고 등장하기도 했다.
G5 공개 직후 온라인 반응은 열광적이다. 국내에서 LG G5는 공개 직후 긴 시간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1위를 지키고 있다. 누리꾼들은 “G5의 착탈식 배터리는 혁신”, “LG의 압승”, “스마트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신선하다”며 호평 일색이다. 외신들도 LG가 G5로 처음 시도한 모듈 방식 디자인에 큰 호기심을 보내고 있다. 포브스는 “모듈 방식은 소비자가 원하는 착탈식 배터리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폰 확장성의 강점까지 제공하는 영리한 아이디어”라며 “LG는 이 스마트폰으로 큰 성공을 거둘 만하다”고 호평했다.
LG전자는 전사적으로 신제품 G5의 명운을 걸고 있다. 이 제품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속 생존이 가능한지를 가늠케 해주는 바로미터격 제품이기 때문이다. 뒤늦은 스마트폰 시장 대응으로 절치부심 했던 LG전자는 G시리즈로 상당 부분 명예를 회복하는듯 했지만 프리미엄 시장 포화 여파로 지난해 출시한 G4와 V10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해 3~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G4 출시와 함께 '의미있는 글로벌 톱3'를 목표로 했지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3.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7위에 그쳤다.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제조사들도 중저가 시장에서 크게 세를 확대하면서 올해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열광적인 반응이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출시일정과 가격, 마케팅이 관건으로 꼽히는 이유다. 확장 모듈과 외부 연동 기기가 시리즈로 구성된 제품 판매 방식이 익숙치 않은데다, 프리미엄 라인업을 표방하고 있는 G시리즈 가격에 별도의 모듈이나 연결기기 가격까지 더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와 정면으로 맞붙어 얼마나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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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포그 시장조사업체 IHS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모듈러 디자인은 LG에 새로운 이익 창출 기회를 가져다 줄 것 "모듈러 디자인은 코모디티화(범용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롭게 이익 창출 기회 가져다 줄 것"이라며 "하지만 이 기회를 잡기 위해 LG는 '플레이그라운드' 생태계를 통해 써드파티 제조사들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으며 애플의 하드웨어 라이센싱 프로그램인 '메이드 포 아이폰' 의 접근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비 그린가트 커런트 애널리시스의 애널리스트는 G5 공개 직후 트위터를 통해 "LG G5는 제품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잘 판매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모듈러 제품들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