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실적 부진으로 벼랑 끝에 몰린 LG전자가 내주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을 앞두고 반전을 위한 칼날을 갈고 있다.
일찌감치 차기 전략 스마트폰 ‘G5’를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전략폰 ‘갤럭시S7’과 같은 날 공개한다고 예고하며 승부수를 던진데 이어, 보급형 스마트폰 ‘X시리즈’와 ‘스타일러스2’를 함께 공격하는 공격적인 신제품 전략을 펼친다.
16일 LG전자는 MWC 2016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내장한 보급형 스마트폰 '스타일러스(Stylus) 2'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스타일러스2는 지난 2015년 출시된 'G3 스타일러스'와 지난해 국내 시장에 출시된 'G스타일로'의 후속 모델이다.
스타일러스 펜을 선호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해 5.7인치 대화면에 필기 관련 기능을 대폭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전작 기준 50만원대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보급형 대항마를 자청하고 있다.
LG전자는 하루 전인 지난 15일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 'X시리즈'(X캠X스크린)를 MWC에서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X시리즈는 후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X캠’과 '세컨드 스크린'(보조화면)을 장착한 제품 ‘X스크린’ 2종으로 선보인다.
이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박람회에서 보급형 ‘K시리즈’를 공개한 데 이어 글로벌 전자 박람회에서 잇따라 두 번째 보급형 라인업을 선보이며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저가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는 기존 ‘G시리즈’에 더해 지난해 10월 첫 제품 V10이 나온 ‘V시리즈’로 대응하고, 보급형 시장에서도 ‘K시리즈’와 ‘X시리즈’까지 총 4개의 대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G시리즈와 V시리즈를 각각 세단과 SUV에 비유했던 LG전자는 K시리즈와 X시리즈도 각각 실속파 소비자들을 위해 가격 대비 성능에 집중한 저가형 스마트폰과 자신에게 딱 맞는 프리미엄 기능을 찾는 개성파 사용자들로 타겟층을 정했다.
G시리즈와 V시리즈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견인하고,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이와 동시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명운이 걸린 제품인 전략 스마트폰 G5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21일(현지시간) 오후 2시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산 호르디 클럽에서 G5 공개 행사를 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언팩 공개 행사가 열리기 5시간 전이다.
통상적으로 MWC 개막 전날은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가 주인공이었지만 올해는 LG전자가 전 세계의 이목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LG전자가 MWC가 열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G시리즈는 갤럭시S 시리즈 효과를 피할 수 있는 4~5월 경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올해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전격 공개를 결정하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G5는 LG 전략 스마트폰 최초로 풀메탈 바디를 적용한 디자인에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 QHD 해상도 디스플레이, 듀얼카메라 등 최고 수준의 성능을 탑재했다. 여기에 모듈식 착탈형 배터리로 경쟁사의 약점을 정면 겨냥한다.
◆MWC서 전략 스마트폰 G5부터 보급폰 X시리즈까지 승부수
공개 행사를 앞두고도 전 세계 미디어에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한 초청장을 배포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스마트폰들은 잠들 때 G5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G5 예고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항상 켜져 있는 ‘올웨이즈온(Always ON)’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간, 날짜, 알림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G5의 핵심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다.
지난 11일에는 G5 전용 케이스도 먼저 공개했다. '퀵커버(Quick Cover)'라는 이름의 이 케이스는 G5의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데 최적화한 제품이다. 사케이스를 닫고 별도 조작을 하지 않아도 퀵커버 창을 통해 시간, 요일 등 기본정보는 물론 문자, SNS 등 알림 여부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또 케이스를 닫은 상태에서도 케이스 위를 터치해 전화를 받거나 거절할 수 있고 알람 제어도 할 수 있다.
LG전자가 G5에 명운을 걸고 있는 이유는 이 제품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속 생존이 가능한지를 가늠케 해주는 바로미터격 제품이기 때문이다. 뒤늦은 스마트폰 시장 대응으로 절치부심 했던 LG전자는 G시리즈로 상당 부분 명예를 회복하는 듯 했지만 프리미엄 시장 포화 여파로 지난해 출시한 ‘G4’와 ‘V10’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해 3분기 여섯 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G4 출시와 함께 '의미있는 글로벌 톱3'를 목표로 했지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3.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7위에 그쳤다.
LG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5천970만대로 전년 대비 올랐지만 전략 스마트폰인 G4의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중저가폰 시장에서 중국 및 다른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올해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 분위기는 비장하다 못해 냉혹하다. 내부적으로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다”는 각오로 G5를 통해 G3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인력이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된 상황에서 G5까지 실패하면 스마트폰 연구개발 관련 4천명에 달하는 인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면서 "차기작인 G5의 성공 여부에 따라 MC사업본부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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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착한 LG' 신드롬도 기회다. 광고보다 더 가벼운 LG 그램 노트북의 무게, 알려지지 않은 V10의 고급 기능, 독립운동을 지원한 LG의 창업주까지 누리꾼들 사이에 LG전자의 겸손한 마케팅이 화제가 되며 자발적 팬덤까지 생기고 있다.
카메라 성능과 착탈식 배터리, 보조스크린, 노크코드 등 핵심 기능들도 소비자들 사이에 LG 스마트폰의 ‘시그니처’로 자리잡고 있다. 조준호 사장은 지난해 V10을 출시하며 “제품을 몇 대를 더 파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인정받느냐 하는 것”이라며 “LG전자 제품은 독특하고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