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가 핀테크 바람을 타고 특허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특허청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자사가 고안한 25개 특허기술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로 고객의 계좌내역을 조회하는 등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디지털 인증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편에서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금융산업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월가가 특허등록에 목을 매는 이유다.
금융컨설팅회사 AITE 그룹 은행 및 결제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산업에 많은 혁신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시장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허등록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시장조사업체 인비전IP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BoA와 같은 미국 주요 은행들이나 마스터카드 등 카드사들은 지난 3년간 1천192개 특허를 등록했다. 이는 이전보다 36%가 늘어난 수치다.
이들은 미국 특허청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여러차례 세미나를 개최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예비특허들이 낡은 금융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유사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인정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기까지 한다고 현지 외신은 전한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주요 은행들과 마스터카드 등 결제네트워크 회사들은 이전 보다 훨씬 많은 특허를 자사 서비스에 녹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에는 모바일 지갑,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등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애플, 구글 등은 수년 째 스마트폰, 검색기술, 반도체 등에 대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상당수 은행들은 이전까지 이러한 특허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그들 스스로 내부 프로세스를 유지하면서 평판을 좋게 만드는 작업에만 열중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비밀유지가 문제가 됐다. 2011년께부터 미국 내 주요 은행들과 증권거래소들은 특허소송에 시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개인 특허권자가 이들이 매일 수십억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전송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소송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들은 수백만달러를 들여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이러한 사건을 겪은 은행들은 특허가 등록되기 전에 최대한 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특허 확보 경쟁 와중에도 주요 은행들이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미리 특허를 등록해 놓고,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벌여 한 몫을 챙기려는 특허괴물이 아니고서야 협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보수적인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갖추지 못한 혁신 DNA를 외부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통해 끌어와야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시대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JP모건이 온라인 대출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인 온덱과 협업하고 있는 이유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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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는 수 년 동안 미국 내 은행들 중 가장 많은 특허를 등록했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관련 응용기술, 웨어러블기기,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ATM 등과 관련된 특허까지 포함된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에만 500개 특허를 신청해 2010년 대비 10배가 넘는 특허를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특허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통해 이뤄지는 혁신이 빠르게 금융산업을 재편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월가는 물론 국내 금융권도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협업과 경쟁 사이에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