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품 가격은 올리고 결합상품에서는 가격을 내리는 상반된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개별상품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고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강병민 경희대 교수)
“공정위가 과거 SO간 기업결합을 인가하면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격인상을 하지 말라는 인가조건을 내건 적이 있다. 정부가 (가격인상을 막는) 그런 정도의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요금인상 가능성은 없다.”(권남훈 건국대 교수)
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M&A)할 경우 요금인상 가능성으로 인해 소비자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요금인상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SK텔레콤이 지닌 이동통신의 지배력과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결합할 경우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것이 유료방송 등의 요금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요금인상을 할 경우 대체상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이탈을 우려한 SK텔레콤이 요금인상을 밀어붙이기 어렵고, 정부에서도 인가조건과 사후규제를 통해 충분히 이를 규제할 수 있어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 사전적 규제 필요 vs 약탈적 가격은 사후규제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요금인상이 될 수 있는지 보려면 경쟁사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된다”며 “어려운 분석까지도 필요 없고 합병의 효과가 요금인상이라면 경쟁사들이 왜 반대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KT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향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가 성사될 경우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밖에 없고, 이를 우려한 경쟁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약탈가격이나 결합할인에 대한 규제는 사후규제이기 때문에 이를 우려해 합병을 규제한 사례가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단품 가격은 내리고 결합상품의 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경제적 표준이론으로 정확한 지적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논리적으로 성립하려면 엄청난 독점력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현재 유료방송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정도 돼야 이러한 지배력 전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국내 유료방송 요금이 굉장히 낮아 케이블TV사업자들이 홈쇼핑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켜 ARPU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고 케이블의 불필요한 기술규제를 풀어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요금인상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요금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합병에 따른 소비자 혜택 역시 없다고 반박했다.
신일순 인하대 교수는 “통신시장이 현재 5대3대2에서 6대3대1로 바뀌었을 때 요금인상 가능성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지배력이 더 강화되면 오히려 통신요금 규제로 인해 요금을 함부로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합병에 따른 효용성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라며 “설비투자는 많을수록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고 현재 CJ헬로비전 노조가 고용승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것을 봐서는 고용창출에서도 제한적이며 오히려 시장이 불공정 경쟁으로 경쟁성이 제한된다면 소비자 혜택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결합상품의 단품 가격을 모르고 있으며, 합병 이후 단품 가격을 올려놓고 결합상품 가격을 내리는 이중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에게 좋다면 약탈적 가격이 무엇이 문제냐라고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가 되는 것이며 특정사업자의 시장집중도가 높아지면 결국 가격이 높아지고 시장지배력 행사를 하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 결합상품 시장 고착화 vs 활성화
이호영 한양대 교수는 “결합판매가 합병규제의 핵심이며 이것은 구조규제”라며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대한의 예측능력을 동원해서 어떤 유인과 능력을 갖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경쟁제한성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고 이것이 합병규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허용할 경우 결합상품을 통한 시장혼란과 공정경쟁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업결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효율성 증대가 기업결합을 통해서만 할 수 있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효율성 증대효과가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의 폐해보다 큰 경우 등이지만 이번 M&A가 그런 사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결합상품에 대한 제도개선이 됐으니까 지켜보자고 하는데 규제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결합상품을 통해 공정경쟁에 제한을 걸 수 있는 사업자가 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합상품으로 인한 경쟁 제한적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미국의 반독점법인 셔먼법과는 차이가 있다”며 “미국에서는 기업결합심사를 할 때 가격인상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는데 이는 셔먼법에는 사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고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상 가격남용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교수는 “결합할인이라는 게 마케팅 수단만은 아니고 그 이유가 비용절감 등 5~6가지 정도 된다”며 “단순히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이상의 효과가 있고 경쟁제한성의 뒷면에는 시장이 격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경쟁 활성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도 “결합상품은 현재 방송통신시장의 대세가 됐고 뺏고 뺏기지 않기 위한 투자는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며 “결합판매에 따른 이용자 고착화를 우려하지만 최근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결합상품 제도개선과 금지행위 유형 규제를 하고 있어 결합에 따른 이용자 고착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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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덕적해이라는 말이 경제학에서 나온 얘기인데 충분히 노력해야 됨에도 비효율적 의사결정을 할 때 쓰이는 얘기가 상당히 와전된 것”이라며 “현재 인수합병에 따른 시장지배력 전이 역시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합판매라는 전략적 수단을 이용해서 경쟁제한성이 발생하려면 결합상품을 구성할 수 없는 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며 “현재 다수의 경쟁사업자가 다수의 결합상품을 구성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