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규모면에서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해는 인도에서 LTE 통신망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성장 한계에 부딪힌 미국과 유럽은 물론 성장세가 둔화되는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도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를 애플과 중국 제조사들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인도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맥스, 인텍스, 라바 등 현지 제조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3일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시장 세미나에서 "인도는 매우 크고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150달러 이하의 스마트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격에 민감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인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낮은 가격을 선호하면서도 점점 하드웨어 성능과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인치 이상 HD 혹은 풀HD 디스플레이 ▲LTE 지원 ▲16GB 혹은 32GB 내장메모리 ▲1GB 혹은 2GB 램(RAM) ▲1300만화소 후면카메라 ▲지문인식 센서 등이 인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기본 사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는 2억2천300만명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시장 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3%나 증가하며 1억대를 넘어섰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3%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인도 전체 휴대폰 시장 규모가 2억1천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수준이다. 올해는 이 비중이 6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150달러 미만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절대적일 만큼 가격에 민감하다.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600달러 이상 고가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17%로 높아 무시할 수 없다. 600달러 이상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은 대부분이 5인치 이상 패블릿으로 구성돼있다.
올해는 인도 시장에서 LTE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 보급률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LTE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4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 중 절반은 LTE 스마트폰이었다. 특히 인도에서는 LTE 스마트폰 역시 100달러대의 저가격대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제조사의 점유율이 가격대별로 세분화돼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100달러 이하는 현지 제조사, 100~300달러대는 중국 제조사, 300~600달러는 삼성전자, 500~600불은 애플의 점유율이 높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400~600달러 가격대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59.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600달러 이상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다.
닐 샤 연구원은 "100달러 이하에 머물렀던 인도 업체들이 200~400불 이상까지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인도 최대 제조사 마이크로맥스는 최근 350달러 가량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놨는데 안드로이드가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 커스톰 ROM인 사이아노젠을 채택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내장할 수 있는 동시에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처리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유통방식과 통신서비스 환경도 다소 다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온라인 유통채널의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36% 정도가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됐다. 그 중에서도 53.3%를 차지하는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플립카트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스냅딜(23.6%)와 아마존(12.6%)이 그 뒤를 따른다.
닐 샤 연구원은 "인도는 국토가 넓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 채널의 힘이 센 편"이라면서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삼성전자가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제조사들은 물론 마이크로맥스과 카본, 라바 같은 현지 제조사들도 플립카트, 아마존, 스냅딜 등 주요 온라인 유통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는 현재 에어텔과 보다폰을 필두로 11개 통신사가 경쟁하는 상황이다. 2G 주파수 할당 당시 낮은 가격에 주파수를 분배하면서 너무 많은 통신사들이 난립하게 됐다. 비슷한 인구를 가진 중국 내 통신사가 단 3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도의 통신서비스 경쟁이 심하다. 그러다보니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4달러(약 4천800원)에 불과하다.
향후 인도가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도 정부는 최근 수입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를 6%에서 12%로 두 배 올렸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제조사들이 인도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20개 이상의 브랜드가 인도 현지 생산을 시작한 상태다. 스마트폰 제조사뿐 아니라 폭스콘 같은 위탁생산 업체들도 인도에 함께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인도 노이다 공장을 통해 월간 400만대 규모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생산량을 200만대 더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폭스콘도 100만대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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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J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28.6%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상위 4개 모델은 레노버 K3 노트, 삼성 갤럭시 코어 프라임, 갤럭시 그랜드 프라임, 갤럭시J5, 모토로라 모토G 등 5개 모델이었다. 삼성전자 제품이 5개 중 3개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인도 업체인 마이크로맥스로 14.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마이크로맥스는 그동안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현지 업체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국 제조사와 인텍스나 라바 같은 현지 경쟁사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레노버는 지난해 4분기 11.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4위는 인텍스로 점유율은 9.6%였다. 라바는 6.8%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애플의 경우 판매량 점유율이 2%에 불과해 5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3위를 차지했다. 애플 역시 중국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인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