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무리한 비교시연 이벤트로 입방아에 올랐다.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를 강조했지만 가격대부터 4~5배 차이나는 제품으로 아전인수격 행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이슨은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자사 'V6 플러피 헤파'와 국내에 판매 중인 타사 무선청소기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에서 청소기 성능 비교 시연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은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틈이 있는 딱딱한 바닥에서 미세한 먼지 흡입, 먼지 흡입 후 재배출 정도를 알아보는 헤파 여과 테스트, 침대 매트리스 테스트다.
다이슨은 3개의 검은색 플라스틱판 위에 동일한 양의 베이킹소다를 뿌리고 3개 제조사의 흡입력을 시험했다. 집안 타일바닥과 유사한 환경을 가정한 것으로 가운데에는 5mm 깊이의 홈이 파여져 있어 타일 사이 틈새에 먼지가 끼인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세 가지 비교 실험 결과 다이슨은 타사 제품에 비해 흡입력 측면에서 월등한 성능을 냈다. 검은색 바닥에 베이킹소다를 뿌린 위를 청소기가 지나가는 방식이었다. 타사 제품의 경우 청소기가 두 번 지나간 후에도 바닥에 베이킹소다 가루가 상당량 남아 있었지만 다이슨 제품은 틈 사이 잔여물이 거의 없었다.
다이슨은 실험의 공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험을 진행한 그라함 도널드 다이슨 수석 모터 엔지니어는 "다이슨 제품을 비롯해 비교 대상 제품 모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이고 먼지 봉투가 비워져 있으며, 완충된 상태"라면서 "비교 대상 타사 제품들 역시 인기와 호응이 높은 동급 모델로 여겨질 수 있을 만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험 직후 업계 안팎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다이슨은 구체적인 제품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연에 사용된 제품은 LG전자 '코드제로 핸디스틱' 제품과 일렉트로룩스 '울트라파워' 제품으로 확인됐다.
LG전자 코드제로 핸디스틱은 지난 2014년 9월 출시돼 시장에 나온지 이미 1년 반이 지난 구형 제품으로 판매 가격은 20만원대다. 게다가 LG전자는 지난해 일반 모터 대신 인버터 모터를 채택해 흡입력을 높인 새로운 후속 모델도 출시한 바 있다. 일렉트로룩스의 울트라파워 모델 역시 30만원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매트리스 실험에 사용된 제품은 국내 침구청소기 업체인 레이캅의 20만원대 제품이다.
하지만 이날 다이슨이 들고 나온 '다이슨 무선청소기 V6 플러피 헤파'는 다이슨디지털모터(DDM) V6 탑재로 유선 진공청소기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제공한다는 것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119만원으로 LG전자 제품의 4배가 넘는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100만원대 제품과 20만원대 제품을 동등 비교하는 등 객관성이 매우 결여돼 오히려 고객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표시광고법(부당한 비교광고) 혹은 공정거래법(불공정한 고객 유인 행위)에 위배되는지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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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과 LG전자는 이미 V6 모터를 탑재한 청소기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다이슨을 상대로 호주연방 법원에 허위광고 금지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이 더 강력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다이슨이 무선 청소기 V6 광고에 ‘가장 강력한 무선 청소기’ ‘다른 무선 청소기 흡입력의 두 배’ 문구를 사용하며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다이슨이 호주 전 매장에서 이 문구를 철거하기로 하면서 LG전자는 소송을 취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무선 청소기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그동안 일렉트로룩스가 독주하던 시장에 재작년과 지난해 LG전자가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면서 "다이슨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