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AP가 레노버와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HANA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지난달말 양사의 수장이 중국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 공식 발표에서 SAP는 현지 서버 시장 1위인 레노버의 입지를, 레노버는 SAP의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시장 접점을, 각자 활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SAP와의 공동 솔루션 개발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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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평범한 소프트웨어 회사와 하드웨어 회사간의 제휴같지만, 레노버는 꽤 다르다고 주장한다. 기존 SAP와 레노버의 관계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명쾌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물론 SAP에게 레노버같은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업체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SAP는 지난 2011년 처음 기업용 DB 시장에 선보인 HANA를 자사의 ERP와 맞물리는 핵심 소프트웨어로 키웠다. 오라클과의 경쟁이 불가피했다. 오라클은 지난 2014년 인메모리 옵션을 탑재한 DB 새버전을 출시하는 등 HANA를 견제하는 동시에, 자체 DB와 인프라 하드웨어를 결합한 통합 전략을 강화하며 맞섰다.
다만 레노버는 이제껏 SAP에게 '유일한' HANA 플랫폼 파트너가 아니었다. SAP는 5년동안 HP, 델, IBM, 레노버, 시스코, 후지쯔, 히타치, 화웨이 등 여러 서버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확보해 왔다. 오라클과 경쟁하려면 지역별 시장 장악력이 상이한 여러 인프라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협력하는 게 유리했다. 레노버는 SAP가 손잡은 여러 하드웨어 파트너 가운데 한 곳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레노버는 이번 SAP와의 협력에 훨씬 더 큰 의미를 뒀다. 양사간 협력의 성격은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사업적으로 상충하는 이해관계 없이 공조하기 위한 바탕이라는 입장이다. 자사가 다른 글로벌 서버 파트너를 제치고 SAP와의 발전적 협력을 위한 우선권을 확보했다는 뉘앙스다. SAP의 생각은 따로 확인해 볼 일이지만, 일단 레노버에서는 이렇게 평가한다.
브라이언 J. 코너스 레노버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레노버는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SAP가 (HANA용으로) 가장 선호하고 최우선 고려되는 하드웨어 플랫폼 파트너가 됐다"며 "우리는 독일 소재 연구소에서 SAP와 함께 HANA의 발전된 기술을 만드는 공동 개발팀을 운영할 계획이고, 이는 HP를 비롯한 다른 SAP HANA 인증 파트너와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코너스 부사장은 이어서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하고 그 속도와 용량을 더 늘리는 신기술에 투자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고 SAP에서도 이 분야에 관심이 높다"며 "우리의 제휴는 이런 혁신에 함께 접근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뤄졌고, 향후 추가 솔루션 제공 과정까지 함께한다는 구상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SAP는 전형적인 구조의 서버와 스토리지를 탈피한 혁신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원하고 우리도 기존과 다른 인프라를 만들기 원한다는 점에서, 양사 이해관계나 발전 방향이 정확하게 맞물린다"며 "양사가 이런 관점에서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초기엔 중국 시장 진출에 협력하고, 향후 전세계 국가에서 레노버 플랫폼을 선택케 하는 게 이번 협력이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SAP HANA 전략상 레노버의 지위는 여타 서버 업체들이 가졌던 '하드웨어 시스템 인증 파트너'보다 기술개발의 관여 수준이나 시장 진입 과정에 훨씬 더 적극적인 성격을 띤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레노버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SAP가 여러 부담을 무릅쓰고 레노버를 독점적인 파트너로 삼았을지는 의문이다. 레노버 측에서도 이걸 부정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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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스 부사장은 SAP가 레노버와 제휴한 것과 동일한 내용의 파트너십을 다른 업체와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우리만 HANA 파트너십을 독점할 수 있다는 얘긴 아니지만, 향후 SAP와 레노버의 협력으로 고도화되는 기술이 누적될 경우 그 결과물은 종전의 다른 HANA 파트너 솔루션과 차별화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부분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관점에서도) SAP는 HANA 사업을 현재 서버 시장의 점유율 선두 업체와 끌고 가겠다기보다는, 실제 HANA 플랫폼 구축 성과가 더 높은 파트너와 함께 키우겠다는 입장"이라며 "레노버는 PC에서처럼 서버 영역에서도 글로벌 하위권에서 1위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고, 기존 HANA 플랫폼 공급 실적 면에서도 가장 많은 고객사를 확보한 파트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