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업그레이드 고민, 이제 그만”

컴퓨팅입력 :2016/02/01 16:30

“요즘 ERP 시스템 관련 사업은 거의 유지보수 관련이다. 어느때보다 비용 절감 이슈가 큰데, 무한정 SW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비용을 들여가며 업그레이드를 계속할 지 고민해 볼 때다.”

한국오라클 변종환 애플리케이션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경쟁적으로 진행된 대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 바람도 어느덧 사라졌다. 대규모 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 이제 ERP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2000년대와 달라진 가운데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ERP 시스템도 적응해야 하는 시점이다. 오라클은 새로운 시대의 ERP를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로 마련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편다.

변종환 부사장은 “경쟁사가 기존 ERP제품을 클라우드에 올렸다고는 하나, 고객이 추가 개발을 해야 한다면 그걸 SaaS라 부르기 어렵다”며 “애초부터 SaaS에 기반해 개발되고 곧바로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클라우드의 실제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클라우드 ERP”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기능과 제품구조를 가진 ERP 클라우드는 오라클만 갖고 있다”며 “부담스러운 업그레이드 비용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오라클에서 업데이트를 계속 제공하는 ERP 클라우드가 현대 비즈니스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변종환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사업부 부사장

ERP는 기업에게 미션크리티컬한 시스템이다. 기업의 핵심정보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 효율성을 담보하기도 한다. 민감하기 때문에 기업이 ERP를 구축형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반 ERP를 꺼렸던 기업체의 분위기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게 오라클의 주장이다.

박상곤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솔루션컨설팅 상무는 “가트너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의 노후된 ERP는 모두 잠재적인 클라우드 수요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며 “우리나라에 구축된 ERP는 코어 엔진이 수십년된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어, 소셜, 모바일, 빅데이터 같은 화두를 기존 ERP에 접목하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프로젝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의 기본적 지향점은 ‘심플IT’로, 클라우드 ERP는 구축형처럼 고객 요구사항을 받아서 커스터마이제이션하고, 애드온하지 않는다”며 “만들어진 최신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하고, 사용량에 따라 쉽게 확장 혹은 축소하며, 파괴적 기술을 재빨리 수용해 사업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E CIO는 회사 내 워크로드 20%를 클라우드로 운영중인데, 2020년까지 70%를 클라우드로 옮길 것이라 밝혔다. 클라우드로 옮겨질 앱은 ERP도 포함한다. GE는 오라클의 고객사로, GE는 클라우드 기반 SCM을 아예 오라클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GE의 공격적인 SaaS 활용 계획은 어떤 근거일까. 오라클은 ‘언제나 최신’이란 점을 들었다.

박 상무는 “클라우드 ERP는 항상 현재 상태”라며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오라클은 아이폰 OS 업데이트처럼 연 2회 ERP 서비스 업데이트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축형 ERP는 5~10년 주기로 대규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하지만, 오라클의 ERP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기능개선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고객 의견을 받아 업데이트에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이미 구축해놓은 ERP를 클라우드로 온전히 이전하기란 쉽지 않다. 오라클은 이른바 ‘빅뱅식’ 프로젝트로 가는 것보다 구축형과 클라우드를 함께 쓰면서 점진적으로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추천한다. 앞서 언급된 GE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오라클 ERP 클라우드 구성

오라클 ERP 클라우드는 재무, 프로큐어먼트(구매처리), 프로젝트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PPM), 퍼포먼스 매니지먼트(EPM), 거버넌스리스크컨트롤(GRC), 공급망관리(SCM) 등 6개 영역을 포괄한다.

사용자는 한 화면에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정보를 볼 수 있고, 포털을 내장해 개인화 페이지를 직접 만들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도 간단하다. 전처럼 포털을 따로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플랫폼은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엔진을 내장한다. 워크플로뿐 아니라 업무처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색엔진도 포함됐다. 업무 중 주의해야 할 부분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트랜잭션 지연여부도 점검할 수 있다.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도 기본 제공 기능이다. 모바일, 소셜 등도 내장한다. 24개 언어를 지원하고,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세부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ERP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좋은 경우는 노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부담스러울 때, 갑작스럽게 사업 규모를 키워야 할 때, 복잡한 그룹사 거버넌스를 통합해야 할 때 등이다. ERP 클라우드 활용 유형은 ▲구축형에다 클라우드 모듈을 접목하는 방식 ▲본사는 구축형으로 쓰고 자회사나 해외법인, 특정 비즈니스 영역에만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방식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완전히 변경하는 방식 등으로 요약된다.

세븐일레븐 미국법인은 미국에서 개발된 구축형 ERP 시스템에서 재무와 구매 부분을 오라클 ERP 클라우드로 변경했다. 박 상무는 “업그레이드와 관리 문제를 겪다 기존 ERP를 수정하지 않고 오라클 ERP 클라우드를 바로 활용했다”고 예를 들었다.

박 상무는 “ERP 클라우드는 표준 프로세스를 그대로 활용하고, 풍부한 샘플 템플릿을 쓸 수 있어 확실히 셋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중견기업 규모는 4~12주, 엔터프라이즈 기업 규모는 12~24주면 현업에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지난해를 ERP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거의 다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SCM 클라우드까지 보강하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박 상무는 “SCM을 클라우드로 올린 회사는 아직 오라클뿐”이라며 “인더스트리 4.0이란 새 흐름에서 SCM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오라클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SCM 솔루션 변천사

오라클은 SCM 클라우드를 ▲아이디어부터 상용화까지(PLM) ▲구매부터 지불결제까지(Source to Settle) ▲주문부터 수금까지(Order to Cash) ▲생산계획부터 생산까지(Plan to Produce) 등 4개 영역으로 단순화시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플랜투프로듀스 영역이 추가되고, 이후 오더투캐시와 플랜투프로듀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다.

박 상무는 “오라클의 ERP, SCM 클라우드는 룰엔진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 솔루션을 엣지 클라우드란 이름으로 제공한다”며 “구축형 ERP나 다른 클라우드에 붙일 수도 있는데, 코어를 굳이 다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아도 엣지솔루션부터 단계적으로 사용하면서 코어까지 바꿔가는 아웃사이드인방식으로 로드맵을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곤 한국오라클 상무

오라클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클라우드 기반 ERP 시장은 더딘 진행을 보인다. 표준 프로세스보다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선호하고, 기업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넘기기 꺼리는 탓이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박 상무는 “프로세스와 데이터의 문제는 현업과 업무조율과정에서 다뤄지는 주제라기보다 의사결정권자 차원의 주제”라며 “실제 시행부분에서 클라우드 ERP 사용시 표준 프로세스를 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변화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에서 ERP 클라우드를 위해 변화관리를 6개월 간 진행해 클라우드 접근법을 설명하니 의사결정권자에서 변화가 나타났다”며 “현재로선 이 부분에 가장 많이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라클 SaaS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