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2단을 꺾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최강까지 누를 수 있을까?
중국계 프로기사인 판 후이 2단과의 5번 대국을 모두 승리한 알파고가 오는 3월 바둑 최강 이세돌 9단과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판 후이와 대결이 ‘스파링’이었다면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은 세계 타이틀 매치인 셈이다.
구글 알파고가 프로 2단과 맞바둑에서 승리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건 뒤집어 얘기하면 이세돌 9단을 이기는 게 그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 경우의 수 '우주 속 원자 수'보다 더 많아
왜 그럴까? 구글이 알파고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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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장난같은 이 수는 바둑 한 경기를 둘 때 선택해야 할 경우의 수다. 물론 구글 주장이다. 구글 측은 이게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스와 비교해봐도 바둑이 얼마나 복잡한 경기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서양 장기’인 체스는 한 수를 둘 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평균 35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 수 늘어날 때마다 ‘35승’씩 경우의 수가 증가한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바둑은 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한 번 둘 때마다 경우의 수가 250개에 이른다. 체스의 7배를 넘는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한 수를 둘 때마다 250개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감안해야 한다. 한 경기에 대략 150수 내외를 둔다고 가정하면 ‘250의 150승’이란 계산이 나온다.
숙달된 프로 기사는 훈련을 통해 직관적으로 경기를 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엄청난 과거 기보를 통해 최적의 수를 추론해내야 한다. ‘250의 150승’ 개에 이르는 경우의 수 중에서 하나를 골라낸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둑은 한 경기에서 둔 모든 수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중간에 수 하나만 달라져도 추론 자체가 새롭게 진행돼야 한다.
■ 이세돌 "아직은 인간이 위" vs 구글 "승산은 반반"
알파고가 판 후이 2단과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제출 논문을 통해 “개별 수 대신 게임 전체를 회귀분석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돌 하나 때문에 결과가 확 달라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판 후이 2단에서 사용했던 이런 전략이 바둑 최강 이세돌 9단에게도 통할까?
컴퓨터의 도전을 받아들인 이세돌 9단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직은 지금 뭐, 저랑 ‘알파고’. 혹은 인간 대 컴퓨터로 비교를 하자면 아직은 인간이 위에 있다, 이런 자신감이 있는 거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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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구글 쪽은 승산이 반반 정도는 된다는 입장이다.
과연 구글이 ‘250의 150승’에 이른다는 수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을 비장의 수를 연속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 컴퓨터와 인간의 자존심을 건 지상 최대 바둑 잔치는 오는 3월 서울에서 벌어진다. 이세돌 9단이 승리할 경우 12억원 가량의 상금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