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코리아 "SaaS, PaaS, IaaS에 연연하지 마라"

정경원 대표 "2016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원년"

컴퓨팅입력 :2016/01/18 17:15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클라우드에 초점을 맞춘 새해 사업 전략 청사진을 내놨다. 한국지사 수장과 지역본부 기술총괄 임원의 비전과 더불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보안, 데이터센터, 협업, 통신, 커머셜, 서비스 등 사업 부문별 총괄 임원들의 성장을 위한 구상이 제시됐다.

시스코코리아는 지난 14일 미디어 대상 신년회를 열었다. 몇년 전부터 강조했던 거대담론이 현실로 나타나고 그로 인해 여러 수직계열 산업부문에 IT의 기회가 많아졌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한국지사, 아태지역본부, 본사 임원들이 나서 전체 방향과 부문별 계획을 들려줬다.

총론은 지난해 신임 최고경영자(CEO)에게 지휘봉을 넘긴 존 챔버스 회장이 이미 강조했던 '디지털화(Digitaization)'로 요약됐다. 시스코가 보유한 핵심 기술 기반을 통해 성과를 구체화하겠다는 메시지를 각론으로 삼았다.

시스코 측은 만물인터넷(IoE),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 전체 인프라를 아우르는 보안, 네트워크 분야의 개방형 아키텍처와 하이브리드 인프라 등을 핵심 기반으로 꼽았다. 여기에 서비스와 제품 담당 실무자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발빠른 시장 대응도 예고했다.

이날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올해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원년으로 선언했다. 2015년 화두가 사물인터넷(IoT)이라면 2016년 화두는 기업들의 디지털 변혁, 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올해 글로벌과 한국의 IT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으로 변화하고, 우리는 그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의 IT와 경제가 잘 성장해 글로벌 IT비즈니스 모범이 됐으면 하는 게 시스코코리아의 바람이며, 여기 힘을 보태는 걸 우리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대표

그는 기업들에게 시스코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과 ACI, 보안 등 IT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동력으로 제시했다. 현장에서 반복 언급된 키워드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지만, 핵심은 기술 자체의 양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정 대표는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사업 전략은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 전략은 (정형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접근과는) 좀 다르다"며 "고객 인프라 자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냐, 플랫폼(PaaS)이냐, 인프라(IaaS)냐, 이런 개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 개념에 일일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한국 지사장의 관점 때문이었을까? 이후 각 사업 부문별 각론이 이어지긴 했지만 디테일은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이 짙었다.

지난해 IoE 주력 영역이었던 '스마트팩토리' 관련 메시지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후속 사업에 대한 전개에 궁금증을 남겼다. SDN과 ACI를 강조하긴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확장되는 분산형 IoE용 분석 컴퓨팅 아키텍처, '포그 컴퓨팅'에 대한 언급도 생략됐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클라우드 생태계 전략인 '인터클라우드'의 현황도 생략됐다. 대신 하이브리드 인프라 사용의 가치를 간편하게 누리도록 돕겠다는 메시지가 제시될 때 매니지드형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운영관리 솔루션 '메타포드' 서비스가 몇 차례 언급됐다.

HP, 델, 오라클, 레노버 등 주요 서버 제조사가 강조하던 컨버지드솔루션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스코가 최근 넷앱 및 IBM과의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기반한 통합시스템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그만큼 덜 긴밀해진 EMC 및 VM웨어와의 공동전선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웠다.

■"2016년은 디지털 변혁 원년"

데이브 웨스트 시스코 아태일본(APJ)지역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담당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도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IT 활용의 초점을 정형화한 수단 도입에서 벗어나 고객경험을 변형시키고 통찰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중심이 아니라 고객지향적 접근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디지털 하기(doing digital)' 대신 '디지털 되기(being digital)'로의 전환이라 표현했다.

웨스트 부사장은 "한국내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디지털 되기'로 나아가지 않고 '디지털 하기'에 머물 뿐, 산업과 시장의 파괴(disruption)적 변화 측면에선 아직 뒤쳐져 있다"며 "한국의 파괴적 변화는 모바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활용과 접근성 면에서 세계적 수준을 보이는 소비자시장 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평했다.

그는 한국의 쿠팡이나 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등 사업자를 파괴적 변화의 예시로 언급하며 "이들은 고객 중심이라는 원칙을 갖고 인프라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강화하고 프로세스를 정렬하는 활동을 강화한 기업"이라며 "이처럼 진정한 파괴적 변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고객의 경험 자체를 변형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부사장은 시스코가 4년전 인수한 액세스네트워크 운영 간소화 솔루션업체 '머라키(meraki)' 역시 파괴적 변화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개인용 인터넷 공유기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지식만으로 대규모 액세스 장비 관리와 모바일기기관리(MDM)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이브 웨스트 시스코 APJ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담당 부사장의 2016년 시스코코리아 신년 간담회 발표 슬라이드 일부.

머라키의 의의는 단순히 액세스네트워크 인프라 관리와 MDM 기술 수단을 넘어선다는 게 시스코의 주장이다. 소매업종, 관광지, 의료 및 교육기관, 공공장소 등 머라키의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는 장소에 방문하는 최종 사용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업자나 기업을 돕는단 메시지다.

시스코의 머라키 사업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네트워킹그룹 총괄 임원, 토드 나이팅게일 부사장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나이팅게일 부사장은 "머라키의 핵심 목표는 클라우드를 활용한 IT간소화"라며 "기업 스토리지의 드롭박스, 고객관계관리(CRM)의 세일즈포스닷컴처럼, 네트워킹에서 클라우드의 대안으로 머라키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스코는 온프레미스 네트워킹의 강자였지만 클라우드에서도 네트워킹 간소화, 관리 신뢰성 확보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머라키를 인수했고, 이후 3년간 연속 3자리수 성장률을 누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킹·보안·데이터센터 사업부 전략

본사와 APJ 소속 임원들의 시장 진단에 이어 한국지사의 각 사업 담당 임원들이 올해 전략을 간단히 전했다. 키워드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보안,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 메시지를 정리해 봤다.

시스코코리아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사업부는 기업들이 원하는 3가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예고했다. 매출을 높이고, 비용과 해킹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돕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기업내 비즈니스 의사결정 과정에서 IT의 역할이 커질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문철 엔터프라이즈네트워킹 사업부 부사장은 "IT로 파괴적 변화를 추구해서 직원들이 혁신적으로 일하는 툴을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며 "혁신에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선 문화도 함께 트랜스포메이션해야 하는데, IT(조직)도 의사결정 전반에 한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황승희 데이터센터사업부 상무의 2016년 시스코코리아 신년 간담회 발표 슬라이드 일부. ACI를 주요 기술로 포함하는 아키텍처 로드맵이 제시됐다.

보안 사업부는 기업들이 기존 인프라에서 보안 관점의 환경을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정보를 공유하고, 웹과 클라우드를 오가는 콘텐츠에서 유해소프트웨어를 차단하고, 실시간 위협에 가시성 중심으로 대응하는 보안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시큐리티 에브리웨어'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이성철 보안 사업부 이사는 "시큐리티 에브리웨어 캐치프레이즈의 메시지는 시스코의 네트워크솔루션에서 운영에 필요한 프로토콜을 활용해 네트워크 장비의 상태 점검, 운영 및 보안 이슈를 신속 확인하고 고객이 기존에 도입한 보안솔루션과 연계해 물리계층부터 애플리케이션계층까지 아우르는 전체 보안을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사업부는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ACI를 통한 스마트IT, 3가지를 화두로 제시했다. 온프레미스 클라우드는 자체 인프라처럼 구축, 관리, 사용해 보안 우려를 낮추고 기존 기업내 인프라와 동일하게 운영하면서 임대형 과금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덜어 준 시스코의 클라우드 구축 모델이다. ACI는 기업들의 프로그래머블 IT와 서비스 다양성 실현을 위한 '하이브리드클라우드'의 기본 아키텍처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는 IT 운영 최적화를 위한 수단이다.

황승희 데이터센터 사업부 상무는 "온프레미스 클라우드가 지향하는 체계는 고객들이 클라우드를 쓰면서도 자기 인프라 운영 공간에서 기존과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클라우드 이전시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인터클라우드 통합이나 동적인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협업·커머셜·서비스 사업부 전략

콜라보레이션 사업부는 '퍼베이시브 비디오'와 '클라우드 콜라보레이션', 2가지 솔루션으로 업무 협업을 지원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내용 및 데스크톱용 화상회의 솔루션, 화상전화 장비와 모바일 기기용 화상회의 툴로 모든 사용자 업무에 대응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더 단순하고 쉬운 적용 방식을 제시하고, 개인 휴대 기기까지 모두 아우르는 클라우드 기반 제품으로의 제공을 예고했다.

박종순 콜라보레이션 사업부 상무는 "웹엑스를 비롯한 시스코 협업 솔루션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해 다양한 제품 구성을 갖췄으며, 여타 협업 툴이 부분적으로만 커버하는 메시징, 컨퍼런싱, 콘텐츠 셰어링 기능을 통합 지원하는 '스파크'를 통해 더 쉽고 단순한 사용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범 통신사업부 부사장의 2016년 시스코코리아 신년 간담회 발표 슬라이드 일부. 개방형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와 네트워크 가상화, VMS 제공 및 커머셜칩 라인업 강화 등 방향성이 담겼다.

통신 사업부의 경우 올해 한국에서는 다소 험난한 분위기를 점쳤지만, 통신시장의 개방형 네트워크 아키텍처와 가상화 도입 흐름에 적절히 대응해 새로운 수익 창출과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스코 장비 중심에서 오픈네트워크아키텍처로, 개별 시스템 중심에서 물리 및 가상화 환경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기술보다는 성과에 초점을 맞춘 접근으로 초점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박재범 통신사업부 부사장은 "개방형, 하이브리드, 성과 초점의 변화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가상매니지드서비스(VMS), 커머셜칩 기반을 강화한 코어 대신 엣지 및 액세스 라인업과 가상네트워크기능(VNF) 등을 제공하겠다"며 "통신사업자들의 인프라를 더 유연하고 빠르면서 안전하게 만들어, 새로운 비즈니스와 서비스 모델을 갖도록 돕는 '비즈니스파트너'가 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을 담당하는 커머셜 사업부는 다양한 시장 분류와 산업 영역 중에서도 공공 부문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교육부문 스마트캠퍼스 등 무선랜, 기업부문 협업 솔루션 시장의 성과에 기대를 건 모습이다. 솔루션 종류나 시장 특성이 단일하지 않은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 국내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지방 시장 기회 의지도 강조했다.

홍성규 커머셜사업부 부사장은 "작년 성과를 거뒀던 공공기관 보안강화를 위한 논리적 망분리, 모바일캠퍼스와 스마트에듀케이션 수요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고 협업 솔루션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흐름이 형성됐다"면서 "이밖에 SMB대상 파트너들이 네트워크 장비에 국한되지 않는 비즈니스로 성장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발맞춰 지역비즈니스 함께 할 파트너를 교육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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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사업부에서는 본사의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 기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 IoT 분야 컨설팅 서비스와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클라우드 아키텍처 컨설팅, 오픈스택 운영관리 플랫폼 '메타포드(Metapod)' 서비스, SAP HANA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HEC) IaaS 서비스, 데이터센터 이중화, 신규 구축 및 이전, 고급위협분석(ATA)과 차세대 보안 통합컨설팅 및 구축, IoT/IoE 마스터플랜 컨설팅 등이다.

이봉선 서비스사업부 상무는 "클라우드는 즉시 사용하고 쓴만큼 과금하는 모델을 지향하는 전략으로, 데이터센터는 기존 상면 부족에 따른 신규 센터 구축을 위한 컨설팅과 마이그레이션 및 가상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간다"며 "보안 쪽은 빅데이터 분서으로 위협분석 강화한 ATA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시장 움직임이 빠른 IoT와 IoE 영역은 마스터플랜 및 신규 서비스 컨설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