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직업병 가족위 만나 사과...3대 쟁점 타결

조정위 합의 이틀 만에 재차 공식 사과…보상금 수령도 100명 넘어서

디지털경제입력 :2016/01/14 16:11    수정: 2016/01/14 16:52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재차 사과했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 서초사옥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송창호 대표 등 가족들을 만나서 사과하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가대위는 반올림과 함께 협상대표로 참여했던 8명 가운데 6명의 발병자와 유가족이 따로 독립해 구성한 단체다.

이 자리에서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도 함께 전달됐다. 이 서한에는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고,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권오현 대표이사는 "2014년 5월 기자회견을 한 뒤 꼬박 20개월 만에 여러분을 직접 마주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게 됐다"며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창호 가대위 대표는 "과거는 접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가족위 구성원 중 한 명인 김은경씨는 "25년전 1월 14일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입사일인데, 같은 날 이런 자리에 오게 돼 가슴이 뭉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의 산재 소송을 무료 변론해 왔던 가족위 법률 대리인 박상훈 변호사는 "예방은 완전히 합의됐고, 보상도 99% 완료된 상태에서 오늘 피해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가족대책위가 사과문을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송창호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등 가족대책위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날 만남은 지난 12일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조정위에서 합의가 이뤄진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직업병 문제 관련 3개 협상 주체(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는 이날 조정위원회 주재로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도 구성하고 삼성전자는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세 가지 의제 중 하나였던 보상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가 지난해 7월말 발표한 조정권고안의 원칙과 기준을 기초로 지난해 9월부터 보상을 시작했고, 보상에 합의한 사람들에게는 권오현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도 전달해 왔다.

관련기사

현재까지 보상신청자는 모두 150여명이고, 보상에 합의해 보상금을 수령한 사람은 100명을 넘어섰다. 사실상 보상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 대부분이 신청해 보상금을 수령하고 사과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권오현 대표이사의 사과로 조정의 3대 쟁점이었던 ▲사과 ▲보상 ▲재해예방대책 등 세 가지 핵심 의제가 모두 해결된 셈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된 이후 9년을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