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경기도 일산에 '웨이브모터스'라는 폭스바겐 브랜드 전용 애프터 수리마켓을 오픈한 강모㉚ 대표는 문을 연 지 2개월 만에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폭스바겐코리아로부터 간판에 사용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엠블럼과 TDI(터보 직분사 디젤엔진) 명칭을 떼라는 내용증명을 받은 것.
웨이브모터스가 폭스바겐 차량만을 수리하는 공인 사설센터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강 대표는 "현재 모든 부품과 정비품목을 폭스바겐 부품으로 준비해 뒀다"며 "임직원 모두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하지 못하게 될 지 두려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2천55만대로 대한민국 성인 3천만명 중 3분의 2정도는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는 국내시장에서 지난해 24만3천900대가 팔려나가며 사상 처음으로 20만대 시대를 열었다.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애프터마켓, 즉 수입차 정비업소의 청년 창업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애프터 수리마켓이란 자동차 제조사의 워런티 기간을 경과한, 폭스바겐 차량의 경우 출고일로부터 3년이 지난 차량을 대상으로 한 수리마켓이다. 수입차 공식서비스센터의 높은 수리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오너들을 위한 공인 사설 정비센터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입차업체들이 정비 메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경정비가 주를 이룬다. 웨이브모터스 역시 평균 연령 28세의 청년들이 모여 창업한 폭스바겐 브랜드 전용 애프터 수리마켓이다.
현재 국내 폭스바겐 차량의 총 등록대수는 14만9천여대 수준이다. 디젤 게이트 파문이 일었던 지난해 역시 3만5천788대가 팔려나가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우디 브랜드 역시 3만2천538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폭스바겐 공식서비스센터는 전국 29곳에 불과하다. 국내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적다. 단순 계산하면 1곳의 수리센터에서 연평균 5천대가 넘는 많은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셈이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평균 수리기간은 10일로 수입차 가운데 가장 길다. 다른 수입브랜드와 비교해도 6~7일 차이가 나며 국산차와 비교하면 2~3배 길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작년 7월 수입차를 일반 정비업소에서도 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관리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수입차의 불편한 정비 서비스로 인한 소비자 불만 해소와 수입차의 비싼 수리 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5개월이 넘도록 고시가 안 돼 시행은 감감무소식이다. 수입차 업계가 정비 메뉴얼의 공개 등을 놓고 보안을 이유로 시행 유예를 요청하자 국토부가 시행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네 카센터에서도 수입차 정비를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은 열렸지만 메뉴얼 미공개로 엔진이나 전자제어 장치 등 복잡한 수리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폭스바겐, 사설카센터 정비에 브레이크?
하지만 엔진오일과 타이어, 와이퍼 교환 등 단순 경정비의 경우 공식서비스센터보다 사설 카센터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베이 등 해외직구를 통해 부품을 직접 구입해 정비소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티구안 오너인 직장인 J씨는 "공식서비스센터에서 부품 교체 등 단순 정비를 하려면 비용은 물론,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1주일 전 예약은 필수"라며 "그나마도 부품이 없는 경우라면 또 다시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웨이브모터스는 자동차 전문 정비업 자격을 취득한 폭스바겐 오너 전용 수리센터다. 공식서비스센터와 비교해 정비 비용이 절반 정도인 데다, 홈페이지 사전견적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방문 전 예상 견적을 산출해 볼 수도 있다는 게 웨이브모터스 측 설명이다.
웨이브모터스 강 대표는 "순정부품 대신 대체부품을 사용해 부품 단가를 줄이고 공임을 최대한 낮춰 합리적인 가격에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또 별도의 퀵베이를 마련해 센터를 방문하는 즉시 언제든지 정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체부품 가격은 순정부품의 50~60% 정도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는 대체부품 비율이 50~60% 정도로 일반화되는 추세다. 반면 국내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상 품목은 범퍼 커버, 펜더, 보닛, 도어패널, 라디에이터 그릴, 몰딩 등 손상이 쉽게 발생하는 제품들이다. 외장품과 미등, 방향지시등의 등화류도 포함된다. 실례로 9만원짜리 7세대 골프 연료필터는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공임을 포함해 5만원 안팎으로 비용이 떨어진다. 구동계 부품들의 경우 최대 50%가 넘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폭스바겐코리아와 웨이브모터스 간 갈등이 촉발된 건 지난해 말이다. 지난달 17일 발신인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폭스바겐 네트워크)'로 명기된 '상표권 침해 및 도용 시정 요청의 건'이라는 내용 증명이 웨이브모터스에 전달됐다. 폭스바겐 네트워크는 폭스바겐코리아의 딜러 관리 업무 담당 부서다.
내용증명의 골자는 '현재 업체 간판에 사용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로고, TDI에 대한 탈거'였다. 폭스바겐 네트워크는 "폐사 상표 사용은 상표권 침해며 즉각 중지 등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관련 법과 규정에 따른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현재 웨이브모터스는 간판에 사용하고 있던 폭스바겐 엠블럼과 TDI 등을 모두 제거한 상태다.
강 대표는 "다른 수입차 카센터에 문의해 봐도 같은 이유로 내용증명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폭스바겐 공식서비스센터와 비교할 때 저렴한 정비 비용과 퀵베이 서비스를 빌미로 삼아 폭스바겐코리아가 제재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간판의 엠블럼을 보고 유입되던 고객 수가 대폭 줄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간판 교체 후 기존 수요는 유지되고 있지만 신규 고객 창출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게 웨이브모터스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개인 카센터에서 폭스바겐과 관련된 엠블럼, 명칭 등을 사용할 경우 공식서비스센터로 고객들에게 오인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인정한 공식 센터가 아닌 곳에서 정비를 받고 이에 따른 서비스 신뢰도 등 고객 불만이 제기될 수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스바겐 차량 정비를 하는 개인 카센터라고 하더라도 관련 엠블럼 등으로 고객 오해를 불러일으킬 요인이 없는 한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공식서비스센터보다 개인 카센터가 수리 비용이 저렴할 수는 있다"면서도 "개인 카센터에서 서비스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워런티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폭스바겐 네트워크는 또 한 통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홈페이지 노출된 센터 전경 사진과 부산·광주 제휴점 전경 사진에서도 폭스바겐 로고와 TDI 명칭을 탈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돌연 태도를 바꿔 그간의 오해를 풀고 웨이브모터스 측에 딜러십 계약을 체결하자고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러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폭스바겐의 공식 유통망을 거친 부품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웨이브모터스의 사례를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속내가 단순히 자사의 엠블럼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제재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수입차를 주된 정비 대상으로 하는 사설 카센터의 경우 대부분 간판에 수입차의 특정 로고나 명칭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카센터를 대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수입체업체 관계자는 "개인 카센터에서 특정 수입차업체의 로고나 명칭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면서도 "대부분 수입차업체가 다수의 카센터를 모두 제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암묵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간판에 '공식서비스센터'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오해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 차를 보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설 정비업소들이 수입차업체들의 엠블럼이나 특정 명칭을 간판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사안의 경우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기에도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다소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품 판매와 정비 이익이 수입차업체의 중요한 수익원인 점을 감안하면 본사 차원에서 제재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4년 기준 주요 수입차업체들이 자동차 판매를 통해 얻은 평균 이익률은 0.4%다. 반면 정비 매출 이익률은 11.4%에 달한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비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56.2%에 이른다.
정비 이익과 직결되는 높은 부품값도 수입차업체의 수익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입차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대체부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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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부품 판매와 정비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공식서비스센터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한 사설 정비업소의 활성화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입차업체의 이익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의 취지 훼손은 물론, 고객들의 불편 역시 가중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자사 차량에 배출가스 불법 조작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다만 국내에서는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통해 판매량을 확대시키며 지난해 전년 대비 16.5%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