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외국인 임원, 제네시스 이끈다

벤틀리·람보르기니 출신 "디자인·전략 승부"

카테크입력 :2015/12/28 16:27    수정: 2015/12/28 16:53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운(社運)을 걸고 글로벌 프리미엄자동차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해 해외 최고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했다.

올해 실적 부진을 반영해 승진 규모는 최근 5년 내 가장 소폭에 그쳤지만 제네시스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해 검증된 해외인재를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실제 이번에 영입한 인재들은 해외 유수의 고급차 브랜드에서 명성을 쌓으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어급 인사들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8일 2016년도 정기임원 승진인사를 통해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과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전략 담당(전무)을 새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왼쪽)과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전략 담당(사진=현대차그룹)

벨기에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신임 전무는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와 벤틀리 플라잉스퍼, 벤테이가 등을 디자인한 현존하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1명이다. 동커볼케는 앞으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과 함께 제네시스·현대차 브랜드의 차별화한 디자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슈라이어 사장 은퇴 후에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이끌어갈 차기 수장으로 손꼽힌다.

동커볼케는 지난 1990년 푸조에서 디자이너로 첫 발을 들여놓은 이후 1992년 아우디로 이직해 콘셉트카 'AL2'로 1998년 '올해의 유럽 디자이너상'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의 역량은 람보르기니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동커볼케는 람보르기니에서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 가야르도를 잇따라 디자인하며 스타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렸고 2005년 람보르기니를 떠나기 전까지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3회, '올해의 유럽 디자이너상'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을 15회 차례나 수상했다.

동커볼케는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40세의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이후 세아트를 거쳐 2012년부터 벤틀리에서 플라잉스퍼와 벤틀리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테이가의 디자인을 이끌며 다시 한 번 역량을 입증했다. 그가 디자인한 벤틀리의 콘셉트카 'EXP 10 스피드 6'는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되며 변치 않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전략 담당 신임 전무 역시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을 맡으면서 마케팅전략과 이벤트 및 광고, 전 세계 우수 딜러망 발굴 등을 주도하며 람보르기니 브랜드 성장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람보르기니는 물론 유럽의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뤠베에서도 마케팅을 총괄했으며 스페인의 '더 브랜드 앤 디자인 컴퍼니'의 파트너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며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피츠제럴드 전무는 앞으로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국내외 고급차 시장에서 혁신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된다.

제네시스 'EQ900'(사진=지디넷코리아)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를 세계 최고 수준의 명성을 지닌 고급차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디자인과 전략 등 핵심 분야의 역량이 검증된 해외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나선 것"이라며 "당장 내년 시장 진입 초기 단계부터 치밀한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는 그룹 최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06년 디자인 혁신을 위해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고성능차 브랜드 개발을 위해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총괄지휘 했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데려오기도 했다.

슈라이어 사장과 비어만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영입을 주도했고, 동커볼케·피츠제럴드 전무 역시 제네시스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을 위해 영입된 인사들인 만큼, 정 부회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다.

이들 해외파들은 고급차 제네시스 브랜드와 고성능 N브랜드를 주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향후 입지와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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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현대차그룹 내에서 정 부회장을 보좌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출범을 알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 관련 핵심 인물들의 전면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 새로 영입한 동커볼케·피츠제럴드 전무는 정 부회장과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두 명의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함으로써 제품 및 브랜드의 비약적 발전은 물론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