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스타워즈' 예고편을 어떻게 바꿨나

'스타워즈7' 개봉 맞춰 살펴본 예고편 20년

인터넷입력 :2015/12/11 18:19    수정: 2015/12/11 22: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추억의 공상과학(SF) 영화 ‘스타워즈’가 돌아온다. 지난 2005년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3- 사스의 복수’ 이후 10년 만이다.

오는 17일 개봉될 '스타워즈 에피소드7-깨어난 포스’는 여러 가지 점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스타워즈 흑역사’를 끊을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영화 예고편’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극장 예고편에서 인터넷 공개 쪽으로 변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영화 ’스타워즈’를 중심으로 예고편이 어떻게 변신해 왔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의 예고편. (사진=씨넷)

■ 1998년 '보이지 않는 위험' 때 애플과 공동 작업

시간을 17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1998년 ‘스타워즈’ 네번째 영화이자 시리즈 첫 편인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예고편이 공개됐다.

하지만 그 예고편은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더버지에 따르면 당시 개봉된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 ‘ 같은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은 오랜 만에 나온 ‘스타워즈’ 예고편을 보면서 열광했다.

일부 팬들이 극장 영상을 찍은 뒤 팬 사이트에 올려놓긴 했지만 화질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다. 2분 남짓한 영상을 내려받기 위해선 몇 시간 동안 끙끙대야만 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한 장면.

그러자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이 바로 다음 날 고화질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몰려드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처리 용량을 대폭 확장해야만 했다.

루카스필름은 4개월 뒤 ‘에피소드1’의 두 번째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 때는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애플과 손잡고 퀵타임 용으로 제작한 것.

더버지에 따르면 ‘에피소드1’ 두 번째 예고편은 하루 만에 60만회나 다운되면서 그 때까지 신기록을 수립했다. 결국 ‘에피소드1’ 예고편은 이주 3주 동안 640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 예고편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혁명적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이후 영화사들은 경쟁적으로 예고편 온라인 공개를 실시했다.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었다. 이젠 대형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건 상식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됐다.

■ 터미네이터5 편 땐 예고편 예고 영상 등장

이런 상황이 조금씩 진전되면서 영화 예고편 편집 관행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고편을 위한 예고편까지 등장하는 등 온갖 아이디어가 나온 것. 이번에 개봉될 ‘스타워즈 에피소드7-깨어난 포스’는 모두 17건의 예고편과 티저, TV 광고가 집행되고 있다.

예고편을 예고하는 영상도 등장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개봉된 ‘터미네이터5 제니시스’ 땐 첫 번째 예고편을 알리기 위한 15초짜리 애니메이션 예고 영상까지 등장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더버지는 “예고편도 등장인물 소개부터 플롯까지 특유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예고편을 위한 예고 영상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움직임이다”고 평가했다.

내년에 개봉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예고편도 눈에 띈다. 이 예고편에선 전작인 ‘슈퍼맨5: 맨오브 스틸’ 전투 장면을 브루스 웨인 관점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슈퍼맨과 배트맨의 갈등 관계를 형성해주는 것.

이런 관계는 두 번째 예고편에서 원더우먼까지 가세하면서 해소된다. 세 슈퍼 영웅이 둠즈데이와 맞서 싸우는 구도가 되는 것이다.

영화사들은 왜 이렇게 다양한 예고편을 내놓는 걸까? ‘예고편 예고 영상’이란 변종까지 만드는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 인디펜던스데이, 처음으로 예고편 일정까지 관리

이런 다양한 예고편을 접한 요즘 세대에게 예전 영화 예고편은 조악해보일 수도 있다. 더버지는 지난 1978년 개봉된 스타워즈 첫 작품인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을 그 예로 들었다.

이 영화 예고편은 대부분을 사소한 개싸움 영상으로 채웠다. 그리곤 먼 곳에서 ‘거대한 우주 반란과 로맨스’를 예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당시엔 대부분 영화 개봉 직전에 예고편을 만들었다. 사실상 크게 신경을 쓰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예고 영상은 극장에 온 사람들이나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예고영상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더버지에 따르면 ’스타워즈 에피소드7-깨어난 포스’는 촬영이 끝난 지 한 달 만에 첫 번째 예고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때론 영화가 개봉되기 2년 여 전부터 예고 영상이 공개되기도 한다.

영화 예고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디펜던스데이.

예고편 공개 관행에 획을 그은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인디펜던스데이’가 꼽힌다. 19년 전인 지난 1996년 개봉된 이 작품은 예고편 제작 일정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첫 사례로 유명하다. 특히 이 예고편엔 영화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백악관 폭발 장면까지 담았다.

하지만 이젠 예고편까지 감안해 제작일정을 짜는 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또 이젠 예전처럼 단순히 영화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논쟁을 유발하는 데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 영화 예고편, 유튜브에서도 인기 영상

이런 변화와 함께 영화 예고편은 유튜브에서도 인기 콘텐츠로 꼽힌다. 구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영화 예고편을 본 시간은 총 3천500만 시간에 이른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8%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엔 페이스북 같은 SNS가 인기를 끌면서 제작사들은 반응을 체크한 뒤 예고편 제작에 반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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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영화 산업은 엄청나게 변화 발전해 왔다. 이젠 100% 디지털 제작은 상식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됐다. 아예 스마트폰 영상에 이어 드론으로 촬영한 영화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영화 예고편 편집 관행도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극장에서 다음 영화 예고편을 보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만들 때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다. 예고편이 하나의 작품이 될 날도 머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