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호환하는 기어VR 정식버전을 지난 25일 국내에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지난 20일 출시 됐지만 국내 출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업계와 소비자들의 예상과 다르게 기습 출시됐다. 또한 기존 버전에 비해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져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루 만에 판매 사이트에서 품절 되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기어VR 이노베이터 에디션 모델을 출시했었다. 당시 모델들은 각각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6만을 지원하는 초기 모델이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3번째 정식버전은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 등 4개 모델을 지원한다.
새롭게 내놓은 기어VR은 기존 제품에 비해 무게가 19% 가벼운 318g, 광학렌즈의 시야각은 96도로 좋아졌다. 또한 새로운 폼 쿠션을 적용해 착용감이 안락해졌으며 터치패드 면적을 넓히고 깊이감이 생겨 조작이 편리해졌다.
가격은 기존 25만 원대에서 13만 원대로 낮춰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 반면 기존 갤럭시노트4는 지원을 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어VR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가상현실 전문업체 오큘러스와 삼성전자가 손잡고 개발한 제품이다. 가상현실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폐막한 게임전시회 지스타2015에서 차세대 게임의 핫 이슈로 떠오른 콘텐츠다.
기어VR 국내 출시와 관련해서 지디넷코리아는 삼성전자 측에 협조를 구해 기자가 직접 콘텐츠를 체험해 봤다. 체험용 기어VR 기기는 며칠간 대여를 했으며 최신 버전이 아닌 갤럭시S6와 호환되는 2번째 이노베이터 에디션 버전으로 테스트가 이뤄졌다.
기어VR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풍부하지도 않다. 국내 오큘러스 스토어와 북미 버전의 콘텐츠가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두 스토어를 번갈아 가며 테스트했다. 오큘러스 스토어를 살펴보면 최고매출, 추천, 신규, 삼성, 게임, 경험, 앱, 영상, 콘셉 등으로 분류가 나눠져 있다.
■기어VR로 영화 감상...앞으로 극장갈 필요 있을까?
기어VR의 영화는 오큘러스 비디오를 통해서 편하게 감상 할 수 있다. 영화 파일은 mp4 방식을 사용해야 감상이 가능하다. 영화를 보는 방식은 5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홈, 극장, 거대 휴대폰, 달나라, 전체화면 등이다.
홈을 선택하면 집에 홈시어터를 설치하고 약 70~80인치 정도 되는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착각을 준다. 반면 극장을 선택하게 되면 실제 극장에서 보는 느낌을 받는다. 앞부분과 옆에 극장 좌석들이 보여 지게 되는데 마치 극장을 혼자 전세 낸 기분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오큘러스 비디오는 일반 2D영상과 3D영상을 모두 시청할 수 있는데 3D 영상은 구하지 못해서 체험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반 3D극장에서 보는 것과 유사 할 것으로 예상된다.
VR 영상 시청은 삼성에서 배포한 밀크VR을 사용하면 감상이 가능하다. 밀크VR도 오큘러스 비디오와 마찬가지로 다운로드 된 영화파일을 스마트폰에 저장 후 불러와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스토어에는 아직 배포가 안 된 앱이라서 북미 스토어에서 다운 받아야한다. 차후 국내에서도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밀크VR은 VR영화뿐 아니라 각종 트레일러와 VR영상들을 즐길 수 있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의 두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마션의 트레일러가 지난 25일 밀크VR에 공개 됐다. 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어 VR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트레일러에 나오는 설명에 따르면 내년을 목표로 완성된 영화를 선보인다고 한다.
다만 마션의 경우 영화관에서 봤던 실사풍과는 다르게 그래픽 형식으로 제작되어 게임 동영상을 보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게임은 FPS가 대세...유료 게임이 절대 다수
게임은 VR 기능을 활용한 1인칭 시점의 게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총을 활용한 FPS 게임들이 눈에 많이 띈다.
‘슈팅 쇼다운2 VR’의 경우 권총 실내 연습장에서 과녁을 맞추는 간단한 게임이다. 머리의 움직임을 이용해 과녁을 조준한 다음 기어VR 오른쪽에 위치한 센서를 터치해 총을 발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혼자서 하는 모드와 온라인상에서 자동 매칭을 통해 서로 경쟁하는 모드가 있다.
‘스매쉬 히트’라는 게임도 앞서 언급한 게임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자동으로 전진하게 되며 센서 터치를 통해 구슬을 던질 수 있다. 유리벽과 같은 장애물에 구슬을 던져 깨면서 최대한 많이 전진하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단순하지만 게임이 진행 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며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체험한 게임은 ‘모탈블리츠 VR 라이트’ 버전이다. 이 게임은 상당히 수준 높게 제작됐다. 1인칭 시점으로 달리기 총쏘기 등이 가능하며 미래 우주선 내부 배경으로 하며 좀비와 각종 몬스터 등이 나온다. 약간 과장되게 설명하자면 기어스오브워의 축소판(?)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한글화가 잘되어 있어 게임을 진행하는데 편리하다.
북미 오큘러스 스토어의 게임 카테고리는 애플 앱스토어의 초기 모습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유료 게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은 1달러에서부터 10달러까지 다양하지만 중간 가격인 3~5달러가 대부분이다. 부분 유료화 게임은 아직 찾아 볼 수 없으며 무료게임들은 5종 미만으로 확인 됐다. VR 전용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부분 유료화 카테고리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동이 뭔가요? 먹는건가요...포르노 콘텐츠 ‘헉!’
먹는 우동이 아니다. 우동은 기어VR를 사용하는 이용자들ㅣ 사용하는 은어다. 국내 이용자들은 야동을 우동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서로간의 정보를 공유 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 다음 등에서 기어VR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가장 상단에 뜨는 단어가 기어VR 우동이다.
야동, 즉 포르노 콘텐츠는 해외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다. 사이버경찰에서 대부분의 VR 성인 사이트 주소를 막고는 있다. 하지만 약간의 인터넷 지식만 있다면 IP우회를 통해서 접속이 가능하다.
VR 포르노 관련 한 해외 사이트의 경우 수백 개의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다. 초기 15일은 8천원 정도에 모든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으며 3달은 약 4만원, 1년은 10만원 수준의 유료 과금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일반 포르노에 비해 여성들을 위한 특화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VR 포르노 콘텐츠는 남성이 1인칭 시점이 되어 한명의 여성이나 여러 명의 여성이 상대방으로 등장 한다. 하지만 여성 전용 콘텐츠는 그 대상이 바뀌어 여성이 1인칭 시점에서 남성을 바라 볼 수 있다. 또한 성소수자(게이, 레즈비언)들을 위한 포르노 콘텐츠의 페이지가 별로도 구성되어 있다.
기어VR를 삼성과 손잡고 만든 오큘러스측은 이미 지난 5월 VR 성인 콘텐츠를 규제 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었다. 당시 팔러 럭키 오큘러스 설립자는 “포르노 등 성인 콘텐츠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는 오큘러스DK2나 기어VR등으로 포르노 콘텐츠를 체험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빠른 보급화를 서두르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실제로 기자가 VR 포르노 콘텐츠를 체험해 본 결과 영화와 뮤직비디오, 게임 콘텐츠를 능가할 만큼의 가상현실 세계를 체험 할 수 있었다.
■기어VR 앞으로 과제는
기어 VR의 상용화 버전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겪을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VR 콘텐츠의 공급은 절실해 보인다.
가상현실로서의 영화, 뮤직비디오, 게임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콘텐츠의 용량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해당 압출 기술도 동시에 연구 개발이 지원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진입장벽이 높아진 구글,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의 총력전 보다는 테스크포스 형태의 팀을 구성해 초기 가상현실 게임 시장을 노리는 것을 추천한다.
3~4년 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에 1인 혹은 10명이하의 팀 단위 개발 게임들이 상위권에 진입해 대박을 낸 전례가 있다. 가상현실 게임도 초기 진입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 된다.
영화 콘텐츠는 기존에 출시되었던 명작들 중에 가상현실에 맞는 영화를 컨버팅해 오큘러스 스토어에 출시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이미 기어VR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 영화를 인코딩해서 즐기는 이용자들이 상당수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기존 영화를 새롭게 변환 하는 작업은 시간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고 화질 손상 때문에 최근 선보이고 있는 IPTV의 UHD 영화 수준의 가격 정도를 책정한다면 새로운 수익 창출이 예상 된다.
포르노 콘텐츠는 국내 실정법상 심의를 거쳐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해외 콘텐츠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수준으로 에로 성인 영화 콘텐츠를 1인칭 시점으로 재해석해 출시한다면 국내의 새로운 성인 콘텐츠 시장도 형성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오큘러스 스토어의 편의성 문제다. 아직 많은 콘텐츠가 자리 잡지 못해서인지 콘텐츠명으로 검색을 해서 설치 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오큘러스측이 차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어VR, 기자 사비로 구매의향이 있나?
3~4일에 걸친 짧은 체험 기간이었지만 기어VR를 통해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VR기기에 대한 호기심은 환호로 바뀌었다.
지난 25일 삼성에서 기어VR 상용화버전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기자도 삼성스토어를 통해 구매를 시도했지만 품절 상황이라서 구매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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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물량이 풀리게 되면 기어VR를 구매하겠지만 VR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처럼 중국 업체에서 출시한 저가형 VR기기 폭풍마경3플러스를 구매했다.
폭풍마경3플러스의 성능과 콘텐츠 경험은 신형 기어VR을 구매 후 독자들에게 두 기기의 비교 체험기로 다시 찾아 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