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파동에 가솔린 터보 차량 출시 경쟁 '후끈'

출력, 토크 면에서 디젤 뛰어넘어...관건은 '가격정책'

카테크입력 :2015/11/13 17:15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솔린 터보 모델 출시가 탄력을 받고 있다.

가솔린 터보 모델 출시는 올해 7월부터 치열한 양상을 보여왔다. 현대기아차는 당시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맞추기 위한 1천600cc 가솔린 터보 모델을 쏘나타와 K5에 적용시켜왔다.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연비가 높고 출력은 7% 향상돼 많은 소비자들을 불러모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엔진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전략적으로 내세운 1천600cc 터보 모델의 초기 반응은 신통치 못했다. 기아차가 지난 7월 밝힌 신형 K5 파워트레인별 사전예약 고객 비중은 일반 가솔린 모델 45%, 디젤 15%, 터보 10%, LPi 30%다. 1천600cc를 포함한 터보 전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책정된 탓이다. 이 때문에 가솔린 터보의 미래가 불안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가 터진 이후, 가솔린 터보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디젤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과 토크 수치를 갖춰 디젤 선호 고객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형 K5에 탑재된 1.6 터보 엔진. 기아차 터보 모델의 상징인 'T-GDI' 로고가 새겨졌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터보 비중 강화되는 수입차 업계

렉서스는 11일 IS200t 모델 출시를 계기로 가솔린 터보 라인업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최초로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4개의 배기관을 2개로 통합하고 수냉식 실린더 헤드에 하나로 결합하는 방식)의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주축으로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다.

렉서스의 신형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2.0 가솔린 엔진의 출력과 토크 수치보다 높은 편이다. 터보 엔진의 단점이기도 한 터보랙 자체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로 인해 낮은 RPM에서 높은 RPM까지 폭 넓은 가속성능을 낼 수 있다. 렉서스는 내년 1월 국내에 스포츠 쿠페 RC의 터보 모델인 RC200t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2016 뉴 익스플로러 (사진=포드코리아)
전체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차체가 커진 느낌을 주는 2016년형 링컨 올-뉴 MKX (사진=지디넷코리아)

포드코리아는 올-뉴 링컨 MKX와 포드 익스플로러를 통해 ‘트윈터보 전략’을 강화해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출시된 올-뉴 MKX에 탑재된 2.7리터 트윈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의 경우 최대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3kg·m의 힘을 발휘한다. 앞서 출시된 2016년형 익스플로러는 최대출력 274마력, 최대토크 41.5kg·m의 힘을 내는 2.3리터 트윈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됐다. 웬만한 디젤 엔진 부럽지 않는 힘을 지닌 셈이다.

BMW 코리아도 가솔린 터보 시장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국내 출시된 신형 7시리즈에는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 토크 66.3kg·m의 트윈파워터보 V8 가솔린 엔진이 채택됐다. 750Li xDrive 모델에 탑재된 이 엔진은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경쾌한 드라이빙과 정숙성을 동시에 갖췄다.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된 2016 뉴 익스플로러 엔진룸 (사진=지디넷코리아)

■고성능 터보엔진 탑재 모델 출시 준비중인 현대기아차

수입차 중심으로 가솔린 터보 시장이 강화되자 현대기아차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모델 출시를 준비중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달 출시되는 현대차 제네시스 초대형 세단 EQ900이다. EQ900은 람다 3.8 V6 엔진, 타우 5.0 V8 엔진과 새롭게 람다 3.3 V6 터보 엔진이 적용된다.

람다 3.3 V6 터보 엔진은 지난달 28일 현대기아차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와 지난 4월 서울모터쇼 때 미리 소개된 엔진으로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힘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EQ900에 최초로 적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람다 3.3 V6 터보 엔진은 해외 동급 터보 엔진보다도 뛰어난 동력성능을 자랑한다”며 “전담 기사가 주로 운전하는 차로만 각광받았던 기존 초대형 럭셔리 세단의 단점을 보완하고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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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내달 출시 예정인 EQ900을 흰 천으로 가린채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에서 공개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쏘렌토 터보 GDi 모델의 주행 모습이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인근에서 포착됐다. 쏘렌토 터보 모델의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도 최근 쏘렌토 가솔린 터보(T-GDI) 모델 시범 주행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형·대형 SUV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 출시가 강화되고 있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쏘렌토 가솔린 터보 모델 출시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짧게 대답했지만, 적절한 시기에 쏘렌토 터보 모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조용석 국민대 자동차공학대학원 교수는 “다운사이징 트렌드와 가솔린 터보 제조 기술의 발달로 업체들이 하나둘씩 가솔린 터보 모델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관건은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격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