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산에 의한 세포 신호전달체계를 규명한 염영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염영일 박사를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1월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염영일 박사는 젖산에 의한 세포 신호전달체계를 규명하고 이의 조절을 통해 암, 염증성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포 신호전달체계는 물리적 자극 등 세포 내외부의 신호에 대응하여 세포가 적절히 반응하고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생리적 정보를 전달하는 생체물질들의 복합체계를 뜻한다.
젖산(lactate)은 생체에서 역기능과 순기능을 모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상반된 역할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젖산의 작용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었다.
간이나 폐 등 장기에 암 종양이 발생한 것을 말하는 고형암과 같이 산소 농도가 낮은 상태의 조직에서는 포도당이 불완전 연소돼 다량의 젖산이 생성되는데, 암세포에 의한 젖산 생성이 암의 악성화에 관련 있음이 보고된 바 있으나, 암세포에서 젖산의 역할과 구체적인 작용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젖산균 발효식품이 인간의 장수를 돕고 스트레스와 피부노화를 억제하며 심장과 뇌 등에서 에너지원으로서 다양한 세포 생리현상에 관여하고 있음이 보고되는 등 젖산의 순기능이 오랫동안 알려져 왔으나, 이 또한 구체적인 작용기전을 잘 모르는 상태이다.
염영일 박사는 저산소 조건에서 젖산을 인식하는 단백질(NDRG3)을 처음 발견하고 이에 의해 세포에 젖산신호가 전달되는 과정 및 생체 내에서 젖산신호의 생리학적·병리학적 역할 등을 규명했다.
젖산이 젖산 인식자(sensor)인 NDRG3 단백질에 결합해 그 발현을 직접 조절하고, 이를 통해 저산소 조건에서 세포성장 및 혈관생성에 필요한 핵심 신호를 발생시킴을 확인함으로써 젖산 신호전달체계의 실체를 처음 규명한 것.
그 결과 젖산 신호전달현상에 의한 저산소 반응의 생리적 기전들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이의 조절을 통한 관련 질병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NDRG3는 비정상적으로 발현될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 유전자임도 확인했다. 즉, NDRG3 혹은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암세포주는 종양형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반면,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암세포에 NDRG3을 인위적으로 발현시키면 암세포의 종양형성이 크게 증가함을 확인 한 것.
이는 젖산이 암 유전자인 NDRG3 단백질을 증가시키며, 이를 통해 암 세포 성장 및 악성화를 유도하는 세포신호인자로 작용함을 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염영일 박사는 “이 연구는 암과 같이 저산소 현상이 깊이 관련된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젖산의 생성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순수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연구 결과를 얻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이 결과를 이용한 신약개발 연구가 이어질 수 있다면,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전의 혁신치료제 뿐만 아니라 염증성 질환, 심혈관 질환, 근육쇠약 관련 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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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셀지(Cell, IF 33.116) 4월 23일자에 게재됐으며, 국내 및 해외 특허가 출원됐다.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은 과학기술 마인드 확산과 과학기술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1997년부터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과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