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이프 하버(Safe Harbor)’ 협약을 대체할 새로운 데이터 전송 규약에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U는 26일(현지 시각) 미국과 대서양 건너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새로운 협약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유럽최고재판소(CJEU)가 이달초 ‘세이프 하버’ 협약을 무력화한 데 따른 것이다. CJEU는 “안전 피난처 협약을 허용할 경우 미국 정부가 EU의 온라인 정보에 수시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서 협약 자체에 흠결이 많다고 판결했다.
■ 이달 초 유럽최고법원이 '세이프하버' 무력화
지난 2000년부터 적용된 ‘세이프 하버’ 협약 덕분에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은 EU 이용자들의 웹 검색 이력이나 소셜 미디어 업데이트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CJEU 판결로 그 동안 관행적으로 해 오던 정보 공유가 위협을 받게 됐다.
미국과 EU는 2년 여에 걸쳐 ‘세이프 하버' 협약 개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소속으로 일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의 광범위한 감시 활동을 폭로한 직후 EU가 규약 개정을 요구해온 때문이었다. EU는 미국 쪽에 좀 더 엄정한 ’데이터 관리’를 요구해 왔다.
지지부진하던 양측 협상은 이달 초 CJEU가 기존 협약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광범위한 영업 활동이 당장 타격을 받을 우려가 발생한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베라 요우로워 위원(사법?소비자?남녀 평등 담당)은 유럽 의원들 앞에서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법원의 요구를 완전하게 수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우로워 위원은 양측 협상이 언제 마무리될 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11월 중순 미국을 방문할 무렵이면 나머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남아 있는 핵심 쟁점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EU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조건과 한계를 마련하는 부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 페이스북 등 미국 다국적 기업들 비상
미국과 EU 기업간 데이터 공유의 근거가 됐던 ‘세이프 하버’ 협약을 둘러싼 공방은 4년 전 오스트리아의 법대생 막스 슈렘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슈렘스는 영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수집 관행이 지나치면서 아일랜드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아일랜드는 페이스북 유럽 본부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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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도중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사찰 활동을 폭로하면서 미국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경계 움직임이 한층 강해졌다. 슈렘스는 소송 과정에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유럽 지역에서 수집한 뒤 미국 정부 기관들에 ‘백도어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소송은 유럽 최고 재판부인 ECJ로 이관되면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결국 CJEU가 슈렘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4년 여에 걸친 정보 전쟁은 유럽 이용자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