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돼 있는 홈쇼핑 채널을 특정 번호대로 묶어서 배치하는 홈쇼핑 채널 연번제가 유료방송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홈쇼핑 연번제도입을 주문하고, 정부도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공론화될 조짐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만약 정부가 나서서 홈쇼핑 채널 연번제를 실시한다고 하면, 그동안 취약한 수익구조 때문에 홈쇼핑 송출 수수료에 의존해 온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홈쇼핑 연번제 이슈는 지난달 14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최 장관은 연번제 도입 가능성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홈쇼핑 채널 연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홈쇼핑 채널 연번제가 시행되면 종편이 앞 번호대로 올 수도 있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한발 더 나갔다.
앞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홈쇼핑 채널이 무리하게 늘어나면서 시청권 침해 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연번제 도입을 주문했다.
현재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순수 홈쇼핑 채널은 7개. 데이터 정보를 가미한 T커머스까지 포함할 경우, 17개에 이른다. 특히 올해 제7홈쇼핑인 공영홈쇼핑까지 개국했고, 향후 T커머스 사업자들의 연내 개국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최대 17개의 홈쇼핑 채널이 유료방송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당장, 홈쇼핑 채널 연번제가 도입될 경우, 매출구조에 큰 타격을 받고 유료방송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업계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빼면 적자구조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채널 사이에서 재핑효과(채널을 돌리는 과정에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보고 있는데, 홈쇼핑 채널이 뒷 번호대로 한데 묶이면 시청률도 감소하고 매출이 급락할 것이란 주장이다.
문제는 홈쇼핑 연번제가 시행될 경우, 이들 홈쇼핑 업체들의 송출 수수료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케이블TV, IPTV 업계는 물론 이들 유료방송사들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프로그램 공급사들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유료방송 생태계 전체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빠지게 되는 유료방송업계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수신료를 인상할 경우, 연번제 도입으로 인한 후폭풍이 소비자들에까지 전가될 수 있다.
규제 당국 또한 이같은 연결고리 때문에 섣불리 연번제 도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정부가 종합편성 채널 등의 압력으로 홈쇼핑 연번제 도입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만약에 이를 도입할 경우, 생존권 확보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채널권 편성은 해당 플랫폼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정부가 강제할 경우, 위헌소지가 크다는 시각이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순수 홈쇼핑 채널을 제외한 T커머스 채널에 연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홈쇼핑 채널이 너무 많아 시청권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홈쇼핑 채널처럼 비교적 지상파와 종편이 자리 잡고 있는 앞번호대가 아닌, 20~40번대에 자리잡고 있는 T커머스 채널을 특정 번호대에 모아두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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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T커머스 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T커머스 관계자는 "T커머스 채널을 몰아두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채널편성권은 플랫폼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막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강제로 채널 연번제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시청권 훼손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도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만간 이와 관련한 토론회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나 시청자의 의견을 듣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