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EMC 합병 태풍...레노버, IBM과 빅딜?

컴퓨팅입력 :2015/10/16 10:17

황치규 기자

델이 67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EMC 인수를 선언하면서 경쟁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레노버도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회사 중 하나다. 현재 대로라면 레노버는 델의 EMC 인수 태풍에서 루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레노버가 EMC 스토리지를 OEM 형태로 북미와 중국 시장에 재판매해왔기 때문이다.

PC 및 서버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델이 EMC를 삼킨 후에도 레노버와 EMC의 협력 관계가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합병이 완료되지도 않은 지금도 협력이 틀어질 것이란 시나리오가 적지 않을 것을 보면 레노버와 EMC 협력이 중장기적으로 유지된다고 보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

EMC와의 결별은 레노버가 자체 스토리지 솔루션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스토리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노버가 EMC와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스토리지 행보를 강화하려 한 것은 이전부터 감지됐다.

한국레노버의 강용남 대표는 델이 EMC 인수를 발표하기전인 9월말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시스템 사업 전략 차원에서 예고했던 EMC와의 스토리지 부문 협력은)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상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EMC 쪽 제품보다는 우리(레노버)쪽의 스토리지 제품을 활용해 제공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이 일부 수정된 상태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관련기사

시장 조사 업체 TBR은 델의 EMC 인수가 발표된 후 EMC와 레노버 협력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놨다. 레노버는 대안으로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나 독자적인 스토리지 개발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IT매체 CRN에 따르면 TBR은 레노버가 스토리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IBM과 제휴하거나 IBM 스토리지 사업을 아예 인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TBR의 크리스타 마콤버 데이터센터 애널리스트는 "IBM과의 스토리지 제휴 또는 IBM 스토리지 사업 인수는 델-EMC 연합에 맞서 레노버가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레노버는 이미 IBM으로부터 PC와 서버 사업을 인수한 상태다.

레노버는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스토리지 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인프라 측면에서 독자적으로 보유한 제품의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빈틈을 메우기 위해 공격적인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