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연번제 도입 '논란'...업계 "생존권 위협"

방송/통신입력 :2015/10/11 09:33    수정: 2015/10/11 13:52

정부가 홈쇼핑 채널을 특정 번호대에 몰아서 배치하는 '홈쇼핑 채널 연번제' 검토에 착수했다. 황금채널인 홈쇼핑 번호를 종합편성 방송사들에 줄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제기되면서 홈쇼핑 업계는 물론 그동안 홈쇼핑 방송사들로부터 큰 수익을 창출했던 유료방송 업계가 난색을 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8일 미래창조과학부 확인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시청권 보호를 위해 홈쇼핑 연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주요 선진국은 이미 연번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채널 연번제를 도입해 유료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같은 당 서상기 의원도 정부가 홈쇼핑 채널 연번제를 도이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의 연번제 도입 요구에, 정부에서도 검토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여당 의원들의 연번제 주장에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의 연번제 도입 움직임에 최종 이해 당사자인 유료방송업계와 홈쇼핑 업계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종합편성 방송사들 중간에 배치된 홈쇼핑 채널을 연번제로 전환할 경우, 취약한 유료방송 매출구조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케이블TV 업계는 연번제가 도입되면 케이블TV 업계 시장이 뒤흔들릴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SO의 전체 매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30% 이상이다. SO의 경우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에 지급하는 고정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가입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저가 수신료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가입자들이 IPTV로 옮겨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SO의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SO 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낮은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로 힘든 상황인데, 홈쇼핑 연번제까지 도입되면 유료방송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빼면 대부분이 적자구조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채널 지정은 플랫폼 업체들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으면 신규투자나 PP사용료, 재송신료 등 지불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이해 당사자인 홈쇼핑 업계도 연번제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시도로,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나 종편 등 황금 채널 사이에 위치해 재핑 효과(채널을 돌리다 중간에 편성된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노려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인데, 연번제가 도입되면 시청률도 감소하고 매출도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검토할 수 있겠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홈쇼핑 채널 연번제 적용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번호대를 차지하고 있는 홈쇼핑 채널들이 연번제로 전환할 경우, 그 자리를 종편채널들이 차지해 또 다른 특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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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국감에서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에게 “홈쇼핑 채널 연번제가 도입되면 종편이 앞번호대를 차지할 수 있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최재유 미래부 차관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연번제 도입은 낮은 ARPU로 힘든 시장을 더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