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어지고 있는 e커머스 시대 생존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과 유사한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중국 온라인 커머스 업체 이하오디엔을 인수하기도 했다.
IT기술로 혁신을 지원하는 월마트랩스을 운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월마트가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운영해 온 월마트랩스는 이젠 e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구소로 중 하나로 꼽힌다.
7일 SK플래닛이 잠실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IT 컨퍼런스 '테크플래닛2015’에 연사로 무대에 오른 월마트랩스 타오 주 박사는 연구소가 월마트의 e커머스 분야 혁신을 돕고 있는 방법으로 동적 자원할당 프레임워크인 ‘케플러(Kepler)’라는 기술을 소개했다.
동적 자원 할당이란 한정된 자원(트래픽)을 여러 변수 중에 어디에 더 많이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쓰는 웹테스트 모델 중 하나로, 점진적으로 테스트 결과를 살펴가며 자원 할당을 조절한다는 개념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덜 생산적인 변수에 자원을 많이 할당하는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변수를 시험하기 위해 웹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테스트 방법은 A/B 테스팅이다. 예컨대 버튼 색상이 빨간색과 녹색 중 어떤 색일 때 사용자들이 더 많이 클릭하는지 알고 싶다면 테스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절반은 빨간색 버튼을, 나머지 절반은 녹색 버튼을 보여주겠다고 트래픽을 설정하고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A/B 테스팅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좋은 변수’에 트래픽을 몰아 주게된다.
하지만 테스트를 진행하는 기간에 따라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변수는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테스트를 언제 중단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예정된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 ‘좋은 변수’에 트래픽을 다 몰아 줬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확신하기 어려워진다.
월마트랩스는 이런 문제를 풀어보고자 케플러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타오 주 박사는 "한 특정 시점에 테스트를 중단해서 좋은 변수에 모든 트래픽을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다이나믹하게(동적으로) 트래픽을 할당하는 것이 케플러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테스트 첫날은 여러 변수에 동일한 트래픽을 할당하고 둘째날은 더 나은 것 같은 변수에 점진적으로 더 많은 트래픽을 할당한다. 성과가 안나는 나쁜 변수에는 점진적으로 트래픽을 덜 할당하는 식이다.
그는 "새로운 변수가 얼마나 성공적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동적 자원할당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월마트랩스가 2년전 개발한 동적 자원 할당 프레임워크 케플러는 배너광고, 이메일 광고, 모바일 푸시 마케팅, 검색엔진 마케팅 등 월마트의 다양한 e커머스 활동에 적용되고 있다.
타오 주 박사는 이메일 마케팅에서 케플러가 활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테스트는 30개의 이메일 제목 중 고객들이 가장 많이 열어보는 제목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마케터들이 제목을 결정하고 각각 얼마의 트래픽을 할당할지 결정해 메일을 보내면 각 변수마다 클릭률이 취합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케플러는 변수마다 트래픽 할당량이 어떻게 바뀌어야할지 계산하고 이를 마케터들에게 알려준다. 하루에 한번씩 이 사이클이 반복됐을 때 1주일 후 클릭률이 21%나 늘어났다는 결과를 얻었다.
월마트는 모바일 푸시 마케팅에도 케플러를 활용하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받았을 때 사용자들이 푸시를 눌러 앱을 열어보는지 알아보고 더 많이 눌리는 메시지에 트래픽을 할당하는 것이다. 모바일 푸시 마케팅은 이메일보다 더 짧게 3시간 단위로 최적화가 이뤄진다. 타오 주 박사는 "케플러를 사용했을 때 클릭률이 12%(아이폰 기준)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검색엔진 키워드 마케팅에서 어떤 키워드에 더 많은 입찰 금액을 투입할지도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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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구매전환율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마케팅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볼 수 있는 클릭률(CTR)을 향상시키는 것도 비즈니스에 중요한 요인이다. 경험을 통해 고객의 관심도(인게이지먼트)를 늘린다면 매출도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말하며 케플러 같은 동적 자원 할당 프레임워크를 통해 마케팅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월마트랩스는 케플러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전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