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타결, 전자·자동차 업계 '긴장'

가격경쟁력 약화...당장 타격은 크지 않을듯

카테크입력 :2015/10/06 10:52    수정: 2015/10/07 09:04

정기수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체결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약 38조달러 규모의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됐다.

TPP 참여를 저울질하다 결국 협상에서 소외된 한국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중인 자동차와 전자업종의 가격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애써 쌓아온 양자(兩者) 협정인 FTA(자유무역협정) 선점 효과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타결된 TPP로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80% 이상에 달하는 품목이 발효 즉시 2.5%의 수입관세를 철폐된다.

현재 일본의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은 바퀴·안전벨트 등 100여개에 달한다. 연간 대미 수출액은 2조엔 규모다. 2.5% 관세가 철폐되면 일본 기업의 부담이 연간 약 500억엔 감소하는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TPP 타결에 따른 일본의 관세 수혜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가격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수주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생산 전경(사진=기아차)

자동차 부문에도 제한적이지만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TPP 타결에 따른 자동차 부품 무관세는 일본산 완성차 가격 인하로 직결된다. 미국에서 국내 업체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하지만 한미 FTA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가 내년부터 완전히 철폐되는 데다, 현지화가 상당 부분 이뤄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에는 이미 국내 완성차 회사와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을 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각각 연 3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공장 주변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하이스코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주변에도 계열사·협력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본과 전 세계에서 경합하는 전자업계도 제한적인 타격이 점쳐진다. TPP 발효시 기존 7∼8% 관세가 붙던 일본 가전제품과 반도체가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국내 전자업계의 상황은 불리해진다.

다만 당장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이미 FTA를 발효했거나 협상이 타결된 상태다. 또 TPP 세부내용이 확정되고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때까지는 1~2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남은 기간 FTA 선점 효과는 누릴 수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TPP 회원국 대부분과 FTA를 체결한 상황"이라며 "한국이 TPP에서 배제되면서 미국시장에서의 대일(對日) 가격 경쟁력에 다소 부담은 생겼지만 수출경쟁력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의 현재 관세율이 향후 2.5% 인하가 불가피하나 의회 비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는 관세 철폐에 20년 기간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연구원은 또 "전자제품의 경우 이미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TPP 회원국에서 관세율이 낮거나 부과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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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는 미국과 일본 외에도 캐나다, 호주,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브루나이 등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2기 회원국으로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TPP 협상 타결에 대해 "TPP도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참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향후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공청회, 국회보고 등 통상절차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