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클린 디젤’ 사기극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단순한 차량 리콜 사태를 넘어 디젤차의 종말, 세계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담대한 전망까지 나온다.
만약 이 같은 일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된다면 자동차 산업을 수출 경제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78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폭스바겐 그룹이 한 순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자동차 업계의 패권이 바뀐다면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연일 쏟아지는 ‘폭스바겐 게이트’ 속에서도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30일 자사 세 번째 모델이자 첫 SUV 차량인 7인승 ‘모델 X'를 전격 공개했다.
타임지 등 주요 외신들은 ‘모델 X’에 주목했다. 매의 날개처럼 펼쳐지는 ‘팰컨 윙 도어’ 기능은 이날 신차발표 행사의 백미였다. IT전문 매체와 소셜미디어는 마치 비행기 날개처럼 열리는 도어의 작동 원리를 영상으로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이를 기술과 아이디어로 실현했다는 호평이 대부분이다. 탑승자들은 제로백이 3.2초에 불과한 '루디클로스(Ludicrous)' 모드에 유쾌한 웃음과 감탄사를 터트렸다.
전 세계가 전광석화처럼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색다른 뉴스를 전한 기업도 있다.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서울시는 이날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에 들어서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계획을 수정해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현대차가 당초 115층으로 짓기로 했던 GBC를 105층으로 낮춰 짓는다는 게 골자다. 현대차그룹과 조정회의를 열고 건립 추진단계에 돌입한단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폭스바겐, 첫 SUV 전기차를 발표하고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테슬라, 10조원이 넘는 회사 돈으로 땅을 사고 부지 개발에 본격 나선 현대차의 모습이 겹치니 묘한 기분마저 든다. 물론 기업이 사세 확장을 위해 건물을 짓는 일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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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IT 융합시대, 모든 기업들이 갈 길을 잃고 가보지 못한 미래의 길을 고민하는 시대에 생뚱(?)맞은 일에서 미래를 찾는 현대차에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부자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등등 여러 현안에 휩싸여 있다. 더구나 노조 파업으로 올해 글로벌 판매대수 820만대 달성이라는 목표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스스로 위기임을 자각할 때다. 혹자는 경영엔 무모한 결단과 도박도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의 눈엔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만큼 걱정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