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브랜드 최초로 개발하는 하이브리드(HEV) 전용차량 'AE(프로젝트명)'의 출시 시기를 내년 초로 고쳐 잡았다.
AE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작년 말 "오는 2020년까지 전 차종 평균 연비를 25%가량 개선한다"고 공언한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의 달성을 위한 핵심 차량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토요타의 대표 HEV '프리우스'와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최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사태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계 브랜드의 연비 과장 의혹으로 디젤차량의 효율성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HEV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당초 올 연말께 선보일 예정이던 준중형 HEV 전용차량의 출시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AE는 현대차가 기존 쏘나타 등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것과 달리 개발 단계부터 일반 차량과 완전히 차별화된 전용 모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AE는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토요타 프리우스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E의 개발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도로에서도 위장막을 씌운 테스트 차량이 목격돼 출시 시기의 임박을 반증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AE의 HEV 모델을 비롯해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추가해 3가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AE와 프리우스 대결의 초점은 연비로 압축된다. AE의 연비는 20㎞/ℓ를 웃돌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AE는 차세대 아반떼를 기반으로 5도어 해치백 형태로 4기통 1.6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를 조합했다. 배터리팩은 LG화학 제품이 장착될 예정이다.
토요타는 앞서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4세대 프리우스를 공개했다. 지난 2009년 5월 3세대 모델 출시 이후 6년 만이다.
프리우스는 1997년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된 후 친환경자동차의 대명사로 불린다. 토요타는 4세대 모델에서 모터 등 하이브리스 시스템을 소형 및 경량화하고 엔진과 배터리의 성능을 개량해 연비를 향상시켰다. 프리우스 4세대의 정확한 연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모델보다 10%가량 향상된 23km/ℓ로 알려져 있다.
디자인을 전면 개선하고 실내공간도 넓히는 등 제품력 향상에 주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토요타는 한 차례 양산 시기를 연기, 연내 일본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장을 놓고 기존 강자인 토요타와 현대차의 경쟁 구도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시장 공개와 양산 시기 등을 늦춰가며 조금이라도 경쟁사보다 연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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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가 프리우스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연비 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 상품성 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 HEV 시장에서 토요타의 점유율은 69.15%에 달한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4.3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