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잠잠하던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설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오는 2019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때문이다.
애플의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는 그 동안 ‘타이탄’이란 암호명으로 불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600명 규모였던 타이탄 팀 인원을 세 배로 늘리는 계획을 승인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자동차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선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가 조목 조목 짚어줬다.
■ 아이폰 매출 비중 70%…잘 나갈 때 다음 준비해야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차세대 제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분기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전성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알 수 없다. 애플이 최고 기업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아이폰이 잘 팔릴 때 ‘넥스트 빅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망 자료를 보면 이런 우려가 괜한 걱정은 아니란 사실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시장 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10% 남짓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해 성장률 27.5%에 비해선 눈에 띄게 낮아진 수준이다.
애플이 전기차 출시 시점으로 잡은 2019년에는 성장률이 5.1%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5년 연평균 성장률도 7%를 조금 넘는다.
스마트폰 전체 시장이 정체 상태에 접어든 데다 안드로이드와의 경쟁이 더 격화될 경우 아이폰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음 행보를 심각하게 준비해야 할 상황이란 얘기다.
이런 고민에 빠진 애플에게 자동차 시장은 또 다른 혁신의 텃밭이 될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UBS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2조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판매량은 총 8천700만대. 물론 자동차 시장 역시 오는 2021년까지 연 평균 3.5% 성장에 머물 것으로 에상된다. 스마트폰 시장보다 예상 성장률은 더 낮은 편이다.
■ 자동차는 스마트폰 이후 플랫폼 중심 유력
하지만 자동차 시장엔 아직 미개척 분야가 남아 있다. 최근 구글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전기차 쪽이다.
전기차는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각종 규정이 정비될 경우 2020년 경엔 전체 자동차 시장의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선 충분히 뛰어들만한 잠재 가치가 있는 곳인 셈이다.
IT 매체 리코드는 보스턴컨설팅 자료를 인용해 전기차시장이 오는 2025년엔 4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런 성장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다. 자동차가 차세대 플랫폼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지난 해 초 스마트 자동차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애플은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과 손잡고 자동차용 운영체제(OS)인 ‘카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자 구글 역시 열린자동차연합(OAA)으로 맞불을 놨다. OAA에는 구글을 비롯해 GM, 혼다, 아우디, 현대 등 세계 유력 자동차 4개사 뿐 아니라 그래픽카드 전문업체인 엔비디아까지 가세했다.
모바일 플랫폼 대표 주자인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쪽에 눈길을 주는 건 같은 이유다. 결국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이 최근 전기차 프로젝트 팀 인력을 대폭 보강한 것은 ‘차세대 플랫폼’에 대한 조바심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많다. 구글 뿐 아니라 테슬라, 우버 등이 자동 주행차를 비롯한 전기차 시장 쪽에 발빠르게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저할 경우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기 딱 좋은 상황이다.
기술적인 진전 역시 전기차 쪽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은 올해 말이나 내년초 쯤엔 고속도로 자동조종장치나 자율 주차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속도로 자동조종기술이 나오게 되면 알아서 차선을 바꾸고 스스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 비즈니스인사이더 "애플도 레퍼런스 디자인 방식"
또 다른 궁금증은 ‘애플이 어떤 방식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이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레퍼런스 디자인’ 방식으로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구글 역시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레퍼런스 디자인이란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자동차 업체들에게 판매하거나 활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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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을 활용할 경우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 또 각종 법률 문제나 규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자동차 제조업체에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구글은 세 개 자동차 업체에 무인 주행차 디자인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애플 역시 같은 방식을 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