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조정위는 본분 지켜야

조정위원, 잇단 친반올림 행동...편향성 논란

기자수첩입력 :2015/09/18 16:51

송주영 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조정위원이 반올림에 편향된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3주체간의 이견을 조정해 직업병 문제에 대한 보상, 대응책을 조율하고 마련하는 제3의 기구다.

조정위원은 각자의 의견을 듣고 중도 입장에서 가능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조정위원으로 참여하는 백도명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는 외부 행사에서 반올림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편향된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삼성전자 직업병 토론회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회 자료를 살펴보면 백 교수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등의 질환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조정과 그 근거'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질병이라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토론회에는 삼성전자 직업병 3개 주체중 반올림만 참석했다.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 송창호 대표는 불참한 이유에 대해 “참석하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간사를 맡고 있는)정애정씨만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동안 반올림 행사에도 모습을 나타내며 친반올림 성향을 보였다. 지난 2011년에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백혈병 역학조사 결과 발표회에 반올림 측 인사로 공유정옥 간사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그 해 공유정옥 간사는 백 교수를 한 매체에 반올림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가로 소개하기도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 주최로 삼성전자 직업병 토론회 자료 목차

또 다른 조정위원인 정강자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참여연대 역시 반올림 입장을 옹호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조정위원회가 중립적인 입장에 설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 공동대표자가 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장은 또 다른 직업병 조정위원인 정강자 교수의 남편인 고한석 씨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위원회는 김지형 위원장, 백도명 교수, 정강자 교수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 2명의 위원이 3주체를 중립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편향된 견해 속에 반올림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조정위원회가 친반올림 성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조정위가 만들어지던 당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조정위원회 출범 당시 백 교수가 위원을 맡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백 교수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 조정이 가능하겠냐는 데 대한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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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는 보상위원회 출범 후 의견 접근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대위는 보상위원회에 대변인이 참석했고, 보상액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지난 7월 조정위가 발표한 권고안을 지지하고 전폭적인 수용을 주장하며 가대위와 삼성전자가 찬성한 보상위원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민감한 시기에 조정위원이 외부 활동을 통해 반올림 주장을 되풀이한 것을 놓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