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기사를 쓴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젠 조금씩 현실 속 얘기로 바뀌고 있다.
지난 해 초 LA타임스 로봇 기자가 캘리포니아 지진 발생 소식을 깔끔하게 전해줬다. 또 AP통신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실적 기사는 로봇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로봇 기자에 대한 AP통신의 만족도가 꽤 높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로봇 기자에 대한 인식이 어떨까? 로봇 기자에 대한 신뢰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가 일반인 600명, 현업 기자 16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로봇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생각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언론재단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디어이슈 13호>를 발간했다. (☞ 미디어이슈 13호 다운받기)
■ 연구대상 절반만 로봇 기사 정확하게 구분
연구진들은 총 다섯 건의 기사를 제시한 뒤 누가 쓴 기사라고 생각하는 지 물었다. 제시한 기사 중 3건은 기자들이 쓴 것이며, 나머지 두 건은 로봇 기사였다.
조사 결과 기사 작성 주체를 정확하게 맞힌 비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일반인 46.1%였으며 기자들은 52.7%로 조금 더 높았다. 하지만 기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정답률이 월등히 높은 편은 아니었다.
이번 연구에서 더 관심을 끈 부분은 로봇 기사와 인간 기사에 대한 평가였다.
연구진들은 일반인 600명을 6개 집단으로 나눈 뒤 3개 집단에는 로봇이 쓴 기사를, 나머지 3개 집단에는 인간 기자가 쓴 기사를 보여줬다. 이렇게 한 뒤 기사의 독이성, 명확성, 정보성, 신뢰성, 전문성 등을 평가하게 했다.
특히 연구진은 3개 집단을 기사 작성 주체를 공개하지 않은 집단, 제대로 알려준 집단, 반대로 알려준 집단 등으로 나눠서 조사했다.
조사 결과 로봇 기사를 ‘로봇’이 썼다고 공개하면 평가가 더 좋아진 반면, ‘기자’가 썼다고 역공개하면 평가가 나빠졌다. 기자들이 쓴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기사가 썼다고 공개하면 평가가 더 나빠진 반면, 로봇이 썼다고 역공개하면 평가가 더 좋아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기자에 대한 불신, 로봇기사에 대한 기대가 각각 평가에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제대로 알려준 경우에도 로봇 기사에 대한 평가가 훨씬 좋았다. 기사작성 주체가 각각 로봇과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기사를 평가한 경우를 비교해 본 결과, 일반인은 5개 항목 중 신뢰성(3.59), 명확성(3.55), 독이성(3.47) 등에서 로봇 기사
를 더 높이 평가했다. 기자 기사가 로봇기사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정보성(3.32), 전문성(3.18) 부문이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신뢰성을 뺀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로봇기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 기자-일반인 "로봇은 인간 기자 보완할 것"
최근 로봇 기사를 도입한 곳은 주로 기업 실적이나 스포츠처럼 관련 자료가 풍부하게 나오는 분야들이다. 그렇다면 일반인과 기자들은 로봇 기사에서 어떤 점을 주로 기대할까?
이번 조사 결과 일반인들은 로봇이 ‘편견없는 뉴스’를 작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비판이나 감시기능은 저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기자들은 ‘비판 및 감시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일반인보다 높은 반면 편견없는 뉴스제작에 대한 기대는 낮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일반인 기자 모두 로봇기사의 신뢰성에는 문제없고, 품질 경쟁력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최근 로봇 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로봇 기자는 인간을 보완할 것”이라는 반응을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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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인 69.8%가 로봇이 인간 기자를 보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로봇이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은 30.2%였다.
기자들은 로봇이 기자를 보완할 것이란 의견이 더 많았다. 조사 결과 “보완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9%였던 반면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자들은 1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