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괴물’로 불리던 램버스가 창립 25년만에 처음으로 독자 브랜드 제품을 발표했다.
특허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DDR4 인터페이스 칩셋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램버스는 소송전으로 돈을 버는 ‘특허 괴물’이 아닌 협력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함께 발전시키는 ‘팹리스’ 업체로 변신하겠다고도 했다.
2일 램버스는 서울 강남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첫 번째 독자 브랜드 반도체 제품인 'R26'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R26은 서버용 D램 모듈인 DIMM에 들어가는 DDR4 인터페이스 칩셋이다. 레지스터 클럭 드라이버(RCD), 버퍼로 구성했다. D램 모듈의 속도를 높여 실시간 처리 기능을 강화했다.
램버스는 최근 R26 시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리 쯔언 램버스 메모리&인터페이스 사업부 부사장은 “서버용 DDR4 시장에서 가장 리더십이 있고 중요한 2개 회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며 “두 회사와의 관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다”고 말했다.
쯔언 부사장이 말한 변화는 특허소송으로 신경전을 벌였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대접하겠다는 의미다. 램버스는 국내 반도체 업체와 10여년에 걸쳐 질긴 특허소송을 벌여 왔다. 램버스는 아직까지도 특허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램버스의 연간 매출 규모는 3억달러 수준이다.
램버스는 제품도 없이 특허 소송을 일삼는 ‘특허 괴물’의 대표 주자로 명성을 떨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인피니언 등 메모리 사업에 나섰던 업체들은 대부분 램버스와 소송을 벌였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소송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10년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종료됐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5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10년 계약으로 연장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램버스와 10년 특허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램버스는 최근 사업 방향 전환을 위해 애쓰고 있다. 특허료로 인한 매출 확대가 한계에 달하면서다. 특허 소송에서 제품 개발 공급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수장도 교체됐다. 로널드 블랙 CEO가 2012년 선임되면서 램버스의 방향 선회를 진두 지휘했다.
쯔언 부사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전략변화의 첫 번째 단계는 라이선스 계약을 장기화하는 것”이라며 “양사와는 최근 10년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이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관계에서 공급업체와 고객사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램버스가 이번에 내놓은 R26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제조하는 DIMM에 탑재되는 인터페이스 모듈이다. 램버스는 D램 속도 개선 기술 특허로 유명한 업체이기도 한다. R26은 D램과 애플리케이션간 인터페이스를 RCD에 하나로 모아 성능을 개선하는 칩셋이다. 램버스는 이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DDR4를 탑재한 RDIMM, LRDMM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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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버스는 제품 개발로 사업 방향을 바꾸면서 반도체 표준화 기구인 JEDEC에도 다시 가입했다. 쯔언 부사장은 “JC40위원회에서 서버 메모리 관련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램버스는 이날 국내 메모리 업체와의 관계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쯔언 부사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신시장에 진출할 때 성장 가능성, 전문 지식 활용 가능성, 기존 고객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느냐 등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