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합병기업으로 출범한 다음카카오가 ‘다음’을 떼어내고 모바일 기업인 ‘카카오’로 변신한다.
또한 30대의 젊은 CEO를 새로 기용하면서 사업개편은 물론 인적쇄신도 예고되고 있다.
합병 1년만에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한 카카오는 이제 네이버와의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특히 한솥밥을 먹던 한게임 출신 김범수 의장과, 네이버(구 NHN)의 실세인 이해진 의장이 '모바일'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이란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일 ‘모바일 플랫폼’ 기업 이미지를 보다 명확히 하고, 모바일 시대의 주역을 목표로 다음을 떼어내고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은 다음 포털과 다음 앱의 브랜드로 유지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는 두 회사의 이름을 나란히 표기한 사명이 모바일 시대의 뚜렷한 정체성을 주기에는 모호하다는 판단에 따라,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시대의 표상이 되겠다는 각오다.
실제, 그 동안 다음과 카카오는 물리적, 화학적 합병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을 빚어왔다. 양사의 조직 문화 차이 뿐만 아니라, 복지 제도나 직급 체계 등이 상이해 형평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지난해 말 뜻하지 않게 터진 수사기관의 감청 이슈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현 정부와 정치권에 박힌 미운털을 감내하는 데 적잖은 자원을 투자했다. 말 못하는 속병도 앓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비전을 갖고 출범한 다음카카오는 올 3월 말부터 본격적인 신규 서비스에 역량을 동원했다. ‘카카오 택시’를 비롯해 SNS ‘플레인’과 ‘브런치’를 출시했으며 카카오톡 ‘페이스톡’‘샵검색’‘채널’‘카카오 검색’, 그리고 통합 전화앱 ‘카카오헬로’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10월부터는 카카오 게임에 웹보드 게임도 입점을 앞두고 있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다음이 시작한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비롯, ‘다음 클라우드’, ‘다음 쇼핑하우’, ‘다음 체험학습’, ‘다음 쪽지’, ‘다음 캘린더’, ‘다음 소셜픽’, ‘다음 키즈짱’ 등 무수한 다음 서비스들을 순차적으로 종료했다. 자회사 다음 게임이 인수한 온라인 게임 개발사 온네트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웹젠에 매각했다. 이용자 기반의 검색 광고 등으로 수익성이 뒷받침 되는 다음 포털 사이트만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감한 ‘서비스 구조조정’과 동시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새로운 수장으로 30대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CEO로 발탁했다.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풍부한 성공 경험을 쌓아온 임 대표를 앞세워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카카오는 올 23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카카오로, 신임 대표 내정자인 임지훈 대표를 새 수장으로 기용하면서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다. 서비스 개편도 어느 정도 마무리돼 국내 3천8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과 이와 연계된 모바일 서비스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고급택시’도 내달 시범 운영 되며, ‘카카오 대리운전’ 진출도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나아가 핀테크 시대를 맞아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도 이 달 말 완료돼 이변이 없는 한 카카오는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터넷 경제까지도 넘보는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페이’, ‘뱅크월렛 카카오’ 등 모바일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 시장에 발을 담근 상태다.
다음카카오 합병 1주년을 맞아,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간 본격적인 대결이 전개되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업계에서는 서울대 공대 입학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정면승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7년 한게임을 창업한 뒤 2000년 이해진 의장과 손잡고 네이버로 들어간 김 의장은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이후 2007년 홀연히 회사를 떠났다. 이어 카카오 창업과 다음과의 합병, 그리고 덩치를 키운 카카오로 돌아온 김 의장은 네이버 이 의장을 향해 칼끝을 바싹 겨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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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의장은 몇 년 전 한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는 말로 도전과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네이버 퇴사 후 카카오 창업, 다음과의 합병, 그리고 모바일 기업인 카카오로의 변신을 선택한 김 의장이 현재 네이버가 점령하고 있는 인터넷 바다에 본격적인 출항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