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거물급 회사들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내로라하는 금융, IT, 통신,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경쟁에 참여하는 판세다.
정부는 오는 9월말 사업자들로부터 예비 인가 신청을 받아 연내 1~2곳 컨소시엄에 사업 예비 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금융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 낸다는 입장이다. 가급적 비금융권 업체, 특히 IT기업들의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 또 인가 시 혁신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가 시 안정성은 기본이다. 그런만큼, 컨소시엄을 주도하지 않더라도 은행들의 역할은 어느정도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준비중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안하고는 인가 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을 허가한다고 밝힌 이후 1호 사업자가 되기 위해 금융과 비금융권에서 많은 회사들이 사업 타당성을 타진했다. 두달이 지난 지금은 다음카카오 컨소시엄(다음카카오, KB국민은행, 한국금융지주), 인터파크 컨소시엄(인터파크,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옐로금융그룹, NH투자증권, GS홈쇼핑), KT컨소시엄(KT, 교보생명, 우리은행 예상), 500V 컨소시엄(500V, 중소기업중앙회 외) 등 4파전 구도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다음카카오와 인터파크, 500V 컨소시엄은 직간접적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KT컨소시엄은 다음주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이 구체화되면서 업체 간 서로를 의식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인가 신청 막판까지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9월말 인가 신청이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업체들은 8월중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막판 짝짓기도 8월말께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4파전 구도대로라면 현재로선 2~3개 컨소시엄은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다. 안정성을 기본으로 깐 상황에서 얼마나 신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당락을 좌우할 전망이다.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은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의지를 밝히면서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모바일뱅크를 지향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다음카카오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준비를 총괄하는 윤호영 부사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참석해 "핀테크 업체들이 카카오뱅크에 쉽게 접근하도록해 미국 심플과 같은 회사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애플이나 구글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얘기다. 심플은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은행 면허를 받지 않고 기존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심플이 독자 개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기존 은행 네트워크에 결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은 아직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이 30% 남아 있다. 일정대로라면 8월까지는 컨소시엄에 추가로 합류하는 업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26일 공식 출사표를 던지면서 '디지털 라이프 뱅크'를 전면에 내걸었다. 분야별 1위 회사들이 뭉친 컨소시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분야별 1위 회사들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DB를 모아보면 약 3천만명에 이른다. 한국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거의 모든 고객을 포괄하는 수준이라는게 인퍼파크 컨소시엄 측 설명. 컨소시엄 측은 이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정교하게 모델링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기존 공급자 중심 서비스와 상품구조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대출, 개인맞춤형 자산관리, 결제 등의 부분의 혁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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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언스 M&A 회사인 500V는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막판 작업을 진행중이다. 500V 산하 500V핀테크랩과 중기중앙회가 주축이 돼 자본금 2천억 원 규모로 출범하는 '500V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는 현재 시중은행 2곳, 증권사 2곳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소매금융사들이 참여를 논의중이다. 500V측은 구체적인 차별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