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 막판 검토

현대건설 중심 인수 가닥...파격 배팅 가능성 적어

카테크입력 :2015/08/19 09:39    수정: 2015/08/19 09:39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를 위한 막판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말 "한전부지 만으로 충분하다"며 해당 부지에 대한 매입 의사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서울의료원 부지가 지난해 9월 10조5천500억원을 들여 사들인 한전부지와 인접해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의 시너지와 연계 개발 가능성 등을 감안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는 지난해 매입한 한전 부지에 115층의 통합사옥과 자동차테마파크를 건설,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를 포함해 코엑스와 한전 부지,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 업무·전시컨벤션·문화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국제 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호재도 충분하다.

19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달여 만에 부지 인수에 대한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의료원 부지)매각 공고 이후 인수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서울의료원 부지 공개매각 공고를 낸 뒤 이어 12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전자입찰 방식으로 공개매각을 진행한다. 지난달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액은 9천725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업계에서는 개발 호재로 2배가 넘는 2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 때처럼 파격적인 배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한전부지 인수 가격은 감정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구 회장이 "국가에 내는 돈이라 편하다"며 통 큰 배팅이라고 강조했지만 이후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 되며 주주 반발과 주가 폭락 등 거센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받은 뒤 입찰에 참여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8조5천억원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주가 역시 9.17% 하락했다.

한전부지 대금 납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거액이 들어가는 투자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약 3조원의 한전부지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서울의료원 부지를 낙찰받게 되면 낙찰금의 45%에 달하는 매각대금을 마찬가지로 올해 말까지 내야 한다. 한전부지 인수 당시 빚어졌던 역풍이 다시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는 계열사인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지난해 한전 부지 낙찰을 담당했던 임원들을 중심으로 한 TF(태스크포스)가 다시 꾸려져 입찰 관련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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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한전부지를 놓친 삼성그룹의 경우는 아직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한전부지 입찰 당시 TF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 역시 서울의료원 부지가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옛 한국감정원 부지와 맞닿아 있어 연계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삼성은 2009년 삼성동 일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서울의료원 부지를 포함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