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 학생마다 프로그래밍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다를 수도 있는데, 모두 다 똑같다고 보고 획일적으로 가르쳐도 되는걸까? 교사들 수준도 각양각색일텐데, 편차 없이 교육을 할 수 있을까? SW교육에 주어진 시간 자체가 적은데, 하다만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닐까?
2018년 중학교부터 시작되는 SW의무 교육은 교사 양성은 물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다시 말해 커리큘럼을 놓고서도 많은 물음표들에 직면해 있다. SW교육 커리큘럼의 핵심은 컴퓨팅적 사고력 증진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체계적인 사고를 통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SW교육에 걸린 이같은 명분은 한국적 교육 상황을 감안했을 때 대단히 파격적이다. 반세기 넘게 한국 교육 환경을 지배해온 암기식, 주입식 교육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 문화와의 결별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시도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뻔한 얘기지만 명분에 부합하는 SW교육은 교사들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커리큘럼과 교사가 따로따로 놀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SW교육이라는 배는 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관련기사: SW교육 의무화 "교사 없는 교육 될라"]
■"코딩은 수단일 뿐"
최근 한국컴퓨터교육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영국 닐 맥린 어쏘시에이츠의 닐 맥린 대표는 컴퓨팅 커리큘럼과 교사의 의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SW교육이 의무화된 영국에서 컴퓨터 교육 커리큘럼 제작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는 경력의 소유자다. 영국은 SW교육을 위해 민간 분야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다. 교육도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획일적인 스타일에 가까운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닐 맥린 대표에 따르면 SW교육 커리큘럼은 국가 차원의 내셔널 커리큘럼, 교사들이 이해한 뒤 만드는 커리큘럼, 그리고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커리큘럼으로 나눠진다. 효과를 내려면 이 세가지 모두 다 고려해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맥린 대표는 "SW교육은 아이들이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스스로 소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교사들이 이해한 걸 알려줘야 아이들도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단순한 지식과 정보는 퀴즈쇼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실제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된다"면서 "효과적인 SW교육 커리큘럼은 현실적인 문제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W교육이 코딩 교육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SW교육에서 코딩은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 맥린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2060년에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때도 컴퓨팅적 사고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면서 "SW교육의 핵심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컴퓨팅적 사고 증진을 위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데 있어 알파요 오메가는 역시 교사였다.
교사는 국가가 만든 커리큘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맥린 대표는 "교사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컴퓨텅적 사고와 SW교육이 아이들의 지적 능력을 개발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학교 지도층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교사들이 변화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맥린 대표는 강조했다.
■"획일적인 교육 벗어난 유연성 필요"
정부는 최근 2015년 정보교과 교육 과정 개안 시안을 발표했다. SW교육 의무화를 반영한 조치다. 개정 시안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정보 관련 실과 내용이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교육으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기존 ICT 활용 중심의 정보 단원을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 중심의 대단원으로 구성하여 17시간 이상 가르치게 된다. 저작권 보호 등 정보 윤리도 SW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중학교는 보다 전문적인 SW교육을 위해 정보 교과가 신설된다. 배정된 시수는 한학기 34시간이다.
SW교육 의무화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체감적인 효과는 일관성 확보다.
한국교원대학교의 이영준 교수는 "지금까지는 중학교에서 안배우고 고등학교에선 배우는 경우도 있다보니, 누구한테는 어렵고 누구한테는 지겨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개정 교육 과정은 중학교에서 모두 배운다는 가정아래 고등학교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정보 교과 과정에 강조하는 것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컴퓨팅적 사고력 증진을 통한 문제 해결 역량 강화다. 이를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도 본격적으로 가르치게 된다. 초등학교는 맛보기 수준, 중학교의 경우 엔트리나 스크래치 같은 블록형 기반 프로그래밍이나 텍스트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를 선택해 교육하게 된다. 고등학교는 텍스트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도록 돼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언어를 가르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국내 SW교육 커리큘럼은 커리큘럼 자체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톱다운식으로 내려오다 보니 현장 입장에서는 그게 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려보내는 입장에선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받아들이는 쪽에선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외국과 비교해 정보 윤리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수가 적은 상황에서 정보 윤리 내용이 많이 들어가다보니,컴퓨팅적 사고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보 윤리 부문을 SW교육에서 다루는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SW교육 시수도 적은데, 정보 윤리 부분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문제 해결 역량 향상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릴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커리큘럼과 관련해 교사들간 네트워킹 및 협업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맥린 대표는 "SW교육에서 교사들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교사들의 네트워킹 확대 지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과간 협업도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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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장경애 미디어 본부장은 "이전에는 과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따로 가르쳤는데 이제는 단편적으로 지식을 안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 지식을 종합해서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한 시대"라며 "SW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SW교육 커리큘럼이 효과를 내는 방법은 지금보다 교육 환경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협업도 유연해야 가능하고, 시수가 적은 상황에서 민간과 협력하거나 창의적 체험 시간 등에 배정된 시간을 SW교육에 일부 돌려 쓰기 위해서라도 학교, 특히 학교장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