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이 수학·과학과 만나야 하는 이유

동아사이언스 장경애 미디어본부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5/08/08 06:34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 정규수업에 소프트웨어(SW)교육이 포함되면서 ‘어떻게 SW를 가르칠 것인지’가 중요한 아젠다로 떠올랐다. 이에 SW교육에서 알고리즘 설계와 코딩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개발자로 키우기 위해 SW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만큼 다른 교과목과 연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만난 동아사이언스의 장경애 미디어본부장도 SW와 수학·과학의 결합을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SW교육이 의미를 가지려면 문제를 탐구하는 데 필요한 수학과 과학 지식이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고리즘과 코딩을 배우는 SW도 어렵게 느껴지는데 수학과 과학까지 결합해야 한다니. 장경애 본부장에게 SW교육이 수학·과학과 만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미디어본부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만드는 건 더 중요해요. 소프트웨어교육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라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수학·과학적 탐구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SW를 가르치는 이유는 학생들이게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어두워지면 불이 켜지는 가로등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어두우면 가로등에 불이 켜지게 하라'는 게 문제다. 조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달고, 센서에서 데이터를 받아 조도가 낮아졌을 때 불이 들어오게 한다고 설계를 하고 이게 실제 작동하도록 코딩을 하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 거다.

장경애 본부장은 이렇게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예컨대 '대기와 밀도가 다른 물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과정이 추가돼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어서 또 다른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깊이 있는 문제,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키워진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서 자기가 만든 문제를 또 해결하는 과정을 연결하는 거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굉장히 낮은 수준의 문제만 계속해서 해결하고 있는 것 밖에 되지 않거든요."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힘은 수학·과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야 나온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SW교육이라면 문제를 다시 분석하는 ‘탐구’과정은 수학·과학과 연계돼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SW교육이 수학, 과학가 연계되면 그동안 단편적으로 배웠던 교과서 속 지식들이 ‘문제 해결’이라는 문맥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점도 융합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장경애 본부장은 강조했다.

"이전에는 과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따로 가르쳤는데 이제는 단편적으로 지식을 안다는 게 중요하지가 않아요. 이 지식을 종합해서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한 시대잖아요. SW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예컨대 화분에 물을 줘야할 때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단지 코딩만 하는게 아니라 그 식물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코딩도 배우게 되지만 자연스럽게 과학적 지식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런 융합교육을 실시하려면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과목이 각각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전과목을 한명의 교사가 가르치지만 과목별로 교사가 나눠지는 중학교부터는 특히 쉽지 않다. 깊이 있는 탐구를 시작할 수 있는 건 중학교부터인데 교육 시스템상 제대로된 융합교육을 해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장경애 본부장은 그래서 학교 바깥에서의 ‘비형식교육(인포멀러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교 바깥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는 교육방법론이다.

장경애 본부장은 SW교육이 단계별로 코딩, 메이커, 융합교육으로 나눠질 수 있으며, 각각이 모두 중요하고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안에서는 먼저 할 수 있는 코딩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하드웨어와 결합한 메이커 교육이나 수학과학과 연계한 SW융합교육은 방과후수업, 동아리 등을 통해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장 본부장은 생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단계별로 나눠 생각할 수 있어요. 설계와 언어를 배우는 알고리즘·코딩 교육이 1단계이고 다음으로 물리적인 하드웨어와 연결시켜 흥미를 유도하는 메이커 교육이 2단계, 수학과 과학적인 사고까지 연결시키는 융합교육이 3단계라고 나눴을 때 이 모든 걸 학교에서 하라고 할 순 없어요. 처음에는 학교에서 1단계인 알고리즘, 코딩만 가르쳐도 좋아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코딩 교육도 중요하거든요. 다음 단계는 학교 바깥에서 이뤄지게 하면되요. 학교 바깥에서 잘 되는 사례가 생기면 선생님들도 학교 안으로 이런 수업을 좀 더 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30년간 과학관련 콘텐츠를 만들어온 동아사이언스도 학교 바깥에서의 융합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관적인 방법으로 코딩을 배우고 하드웨어도 제어를 하면서, 실제로 탐구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의 미션은 '모든 사람에게 즐거운 과학을 선물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중들이 과학적인 소양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해왔어요. 법대를 가거나 의대를 가거나 엔지니어가 되든 상관 없이, 의사결정을 할 때 수학과 과학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 소양으로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SW가 아닌 것이 없는 시대기 때문에 과학적·수학적 소양에 더해 SW소양, 즉 디지털 소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 본부장이 교육프로그램을 구상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교사들의 연수교육이다. 특히 수학·과학 교사들이 SW를 익혀 가지고 있는 지식과 버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 3월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인 동아사이언스도 올 10월부턴 교사 연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유리컵에 젓가락을 넣으면 휘어져 보이는데 아이들이 이걸 보고 신기해 할 때 선생님은 물속에 있으면 왜 휘어 보이는지 궁금해 하도록 계속 가이드를 줘야 해요. 실제로 SW교육을 할 때도 이런 가이드가 들어가야 아이들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수학·과학 선생님들이 SW를 알아야 한다고 봐요. 과학 수업이 물론 중요한데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막 시작하기 때문에 학교에선 코딩 교육을 받아들이는 것도 지금 어려워하고 있어요. 일단 학교에선 코딩교육의 허들을 잘 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바깥에서 SW융합교육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면 몇몇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조금씩 알려져서 확산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학·과학 소양이 디지털소양과 연결된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