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팔라, 준대형 강자 그랜저 잡나

가성비 호평...업계, 시장 판도 변화 촉각

카테크입력 :2015/08/12 14:03    수정: 2015/08/13 15:36

정기수 기자

한국GM이 국내 준대형시장 공략 첨병으로 내세운 쉐보레 '임팔라'의 초반 흥행이 매섭다.

영업일수 기준 6일 만에 사전계약 1천대를 돌파하며 초도물량이 모두 동났다. 이미 추가 물량이 선적돼 국내로 이동 중이다. 임팔라의 초반 흥행이 지속될 경우 현대자동차 '그랜저' 독주체제로 굳어진 국내 준대형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팔라의 준수한 가성비에 국내시장 연착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신차가 시장 내에서 입지가 굳어진 특정차량의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차별성을 어필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는 10세대에 걸쳐 진화하며 시장에서 인정받은 성능에 미국 현지 가격보다 국내 출시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GM은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알페온 등으로 국내 준대형차 시장을 두드렸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셔왔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이번 임팔라를 통해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쉐보레 '임팔라'(사진=한국GM)

■임팔라, 美서 그랜저·K7 압도...국내서 재현될까

임팔라는 1958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GM(제너럴모터스)의 준대형 대표 세단으로 누적 판매량이 1천600만대에 달한다. 국내에 선보인 임팔라는 2013년 완전 변경된 10세대 차량이다. 이 모델 역시 지난해 미국에서만 14만28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올 들어서도 임팔라는 그랜저, K7 등과 경합하는 북미에서 압도적인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임팔라의 올 상반기 미국시장 누적 판매량은 5만8천71대다. 같은 기간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는 3천653대, K7(현지명 카덴자)은 3천289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각 나라마다 다른 자동차 문화와 이에 따른 소비성향이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임팔라의 국내 판매호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한국GM은 여기에 현지보다 약 300~500만원 가량 저렴한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내수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띄웠다. 임팔라의 국내 판매 가격은 2.5ℓ LT 모델 3천409만원, 2.5ℓ LTZ 3천851만원, 3.6ℓ LTZ 4천191만원이다. 미국 현지 판매가격은 2.5ℓ LT 3천747만원(3만2천85달러), 2.5 LTZ 4천378만원(3만7천485달러), 3.6 LTZ 4천492만원(3만8천460달러)이다.

■임팔라 국내시장 경쟁력은?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임팔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국내 경쟁 차종으로는 현대차 '그랜저(3천24만~3천875만원)'와 아슬란(3천990만~4천590만원), 기아차 K7(2천960만~3천950만원)을 꼽았다. 수입차 중에서는 포드 토러스(3천950만~4천500만원)를 지목했다. 르노삼성의 SM7 노바(3천만~3천820만원)도 동급차종이다.

다만 SM7과 토러스가 차지하는 시장 비중을 감안하면 임팔라가 실제 경합할 상대는 그랜저와 아슬란, K7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GM 역시 내부적으로 2.5ℓ모델은 그랜저와 K7을, 3.6ℓ 모델은 아슬란을 주요 시장 경쟁상대로 파악하고 있다. 가격대 역시 그랜저와 아슬란의 중간 정도다.

임팔라와 그랜저를 비교할 경우 크기나 출력 부문에서는 임팔라가, 가격과 연비 측면에서는 그랜저가 경쟁력이 있다. 임팔라 2.5리터 LTZ와 2.4리터 그랜저를 비교하면 가격과 연비는 그랜저가, 성능은 임팔라가 앞선다. 임팔라 3.6리터 LTZ와 3.0리터 그랜저를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임팔라 3.6 LTZ는 3.0리터 그랜저보다 200㎜가량 길며, 최대 출력과 토크도 40마력, 5㎏·m가량 우위다.

K7도 마찬가지다. 임팔라 2.5리터 LTZ와 2.4리터 K7과 비교해도 크기와 힘은 임팔라가, 가격과 연비는 K7의 승리다.

현대차 강남 오토스퀘어에 전시된 아슬란(사진=지디넷코리아)

아슬란과 비교할 경우에는 임팔라의 가성비가 눈에 띈다. 임팔라 3.6리터 LTZ와 3.0리터 엔진을 탑재한 아슬란 G330을 비교하면 임팔라가 연비만 0.3㎞/ℓ 낮고 나머지 가격·크기·엔진성능에서 모두 우위를 보인다. 임팔라 2.5리터 LTZ와 비교하면 배기량 차이에 따른 성능을 제외하고는 가격과 연비 모두 임팔라의 우세다.

임팔라에 대거 적용된 안전·편의사양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은 배가된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임팔라는 동급 중 가장 많은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또 지난해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신차평가 프로그램 '안전성 종합평가 부문'에서 최고 등급(별 다섯),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 '만족(Good)' 판정을 받은 것도 장점이다.

특히 임팔라에는 그랜저와 아슬란, K7의 상위트림에만 적용돼 있는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LDWS)과 후측방 경고 시스템(RCTA) 등이 기본 적용된다.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를 지원하는 차세대 마이링크(MyLink)도 전 모델에 제공된다. 준대형 차종의 주요 수요인 중장년층에서 최근 스마트기기 활용도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차별화될 만한 요소다. 현재는 애플 카플레이만 지원하지만,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안드로이드 오토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GM은 임팔라의 연간 판매량을 기존 동급 모델이었던 알페온의 3~4배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페온이 국내에서 연간 4천~5천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임팔라의 연간 판매량을 최대 2만대까지 올려잡은 셈이다.

■그랜저·K7 판매 감소세...신형 모델 출격 대기

모델 노후화로 그랜저와 K7의 판매 추이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임팔라의 국내시장 연착륙에 호재다.

그랜저는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21.6% 감소한 7천44대가 팔렸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판매량도 4만8천633대에 그쳐 8.3% 줄었다. K7은 지난달 1천901대가 팔려 전년동월 대비 0.5% 감소했다. 1~7월 누계실적은 1만1천367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줄었다.

심각한 판매 부진에 빠져있는 아슬란의 경우 임팔라 출시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출시된 지 1년이 다 되가도록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슬란에게 경쟁 신차의 출현은 판매 부진 가속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아슬란은 지난달 612대가 팔려 전월 대비 20.6% 감소했다. 아슬란은 작년 10월 30일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내수시장에서 8천393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임팔라 출시가 국내 준대형 시장 판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준대형 주력차종의 신차 출시 일정을 조율하는 등 만반의 태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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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당초 내년 연말께로 예정됐던 신형 그랜저의 출시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아차 역시 당초 내년 출시 일정을 앞당겨 K7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4분기께 내놓고 상승세 반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신형 K7 라인업에는 2.0 터보엔진과 2.2 디젤 엔진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3위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준대형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면서 "임팔라의 국내시장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GM의 상위 세그먼트 위상 강화는 물론, 그랜저 독주 체제의 기존 준대형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