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갤럭시노트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펜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말도, 그렇게 큰 폰을 어떻게 들고 다니냐는 말도 숱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대화면폰 분야에서 원조라는 프라이드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언팩 직후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부사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첫 갤럭시노트 출시 때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역시 대화면 스마트폰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서 5인치 스마트폰을 출시했던 미국 델과 팬택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한 터였다.
하지만 갤럭시노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합친 5인치대 대화면에 스타일러스펜 기능인 ‘S펜’을 새로운 필기입력 방식을 결합해 ‘노트’라는 이름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어넣으면서 패블릿(Phablet·폰+태블릿의 합성어)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여는데 성공했다. 이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화면 크기를 고집하던 애플까지 굴복시키며 스마트폰의 대화면화 트렌드를 전세계 확산시켰다.
‘대화면폰의 원조’ 갤럭시노트가 돌아온다.
올해는 매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 기간에 행사를 열고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공개해왔던 패턴을 깨고 출시 일정을 한 달 가까이 앞당겨 오는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를 통해 갤럭시노트 시리즈 다섯 번째 제품인 ‘갤럭시노트5’를 공개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6 엣지’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화면 크기를 노트 급으로 키운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도 동반 공개하며 하반기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나선다. 8월에 제품 공개 행사를 여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S시리즈 신제품과 노트 시리즈 신제품을 동시에 공개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대화면 아이폰6 열풍으로 빼앗긴 패블릿 시장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다섯 번째 갤럭시노트 어떻게 달라지나?
갤럭시노트는 시리즈 신제품을 낼 때마다 큰 화면에 걸맞는 최고 수준의 성능과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어왔다. 지난 2011년 출시된 갤럭시노트의 경우 3~4인치대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5.3인치 큰 화면에 S펜 기능을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출시된 갤럭시노트2는 전작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화면 크기가 5.3인치로 커지고 S펜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2013년 출시된 ‘갤럭시노트3’는 화면크기가 5.7인치까지 커지고 플라스틱으로 가죽 느낌을 재현한 독특한 후면 커버에 스티치를 넣은 디자인으로 마치 양장본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렸다. 업계 최초로 3GB 램(RAM)을 탑재하는 등 성능 면에서도 최고를 지향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4’는 5.7인치 화면 크기를 유지하면서 메탈 소재 프레임을 최초로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또 한쪽 화면이 흘러내리는 형태의 엣지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적용한 ‘갤럭시노트 엣지’ 모델도 처음 소개됐다.
시리즈 다섯번째 제품인 갤럭시노트5는 메탈과 글래스를 조합한 세련된 디자인에 뒷면의 양 모서리를 곡면으로 깎은 후면 엣지 디자인을 통해 그립감을 살리고 날렵한 느낌을 줄 것으로 보인다. 5.7인치 QHD(2560x1440) 해상도 디스플레이, 최신 14나노(nm)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7420 프로세서, 1600만화소 후면카메라, 500만화소 전면카메라, 4100mAh 배터리, 4GB 램(RAM) 적용 등 성능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또 노트 시리즈의 핵심 기능인 S펜도 업그레이드돼 탈착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해소하고, 지문인식과 무선충전 등 갤럭시S6 시리즈에 적용된 핵심 기능들도 모두 탑재된다.
특히 올해는 갤럭시S6 엣지의 대화면 버전인 갤럭시S6 엣지 플러스가 동반 출격하면서 삼성전자만이 구현 가능한 엣지 디자인의 경쟁우위도 이어간다.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6 엣지의 경우 독특한 디자인으로 큰 호평을 받았음에도 수요 예측에 실패해 공급 부족으로 마케팅 적기를 놓친 아쉬움이 있는 만큼 수율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대화면 시장까지 엣지 디자인 확장에 나선다. 언팩 행사를 앞두고 지난달 28일 삼성전자가 발송한 초대장에도 흰바탕에 두 번 꺾이는 직선 형태의 이미지를 넣어 엣지 디자인을 갤럭시 시리즈의 핵심 디자인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갤럭시노트5 출시와 함께 비장의 무기인 모바일 결제 ‘삼성페이’도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라는 독자 기술을 통해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도 기존 마그네틱 방식 결제 단말기에서도 바로 사용이 가능한 범용성이 최대 강점으로 갤럭시노트5·갤럭시S6 엣지 플러스를 지원사격할 예정이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 출시 일정을 앞당겨 아이폰6S 시리즈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을 세우면서 올해에는 대면적 스마트폰 영역에서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신제품은 엣지 디자인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며, 큰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선호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대화면폰 자존심 지킨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하게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제조사다. 물론 그 전에도 델 '스트릭'과 베가 '넘버5' 등 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이 출시된 적은 있었지만 패블릿이라는 카테고리를 대중화 시킨 데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공이 크다. 이후 LG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주요 제조사들도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대화면폰 경쟁에 뛰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애플도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깨고 4.7인치와 5.5인치로 화면 크기를 대폭 키운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했다.
패블릿 열풍은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도 변화시키면서 업계 트렌드 변화를 이끌었다.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것에서 동영상 시청, 게임, 내비게이션 등으로 다양한 용도로 장시간 사용하는 소비패턴이 강해지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해상도 진화도 빠르게 이뤄졌다.
지난 2012년 1분기 3.7인치였던 스마트폰 평균 화면 크기는 갤럭시노트 출시 이후인 이듬해 2분기 4.7인치로 1인치나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2억5천200만대의 패블릿이 출하되면서 지난해(1억5200만대) 대비 66%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17% 정도를 차지하는 패블릿의 비중도 내년에는 21%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를 기점으로 태블릿 시장 규모를 뛰어넘은 패블릿은 2018년까지 연평균 40%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패블릿 시장은 22%, 내년에는 15%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스마트폰에서 패블릿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5.4%에서 2014년 33.6%에서 올해 35.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대화면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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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애널리스트는 "게임, 내비게이션, 영상통화, 영화나 드라마 감상 등 데이터 중심 서비스 활용도 증가가 대화면 패블릿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면서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패블릿의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인기 요인 중에 하나"라고 분석했다.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전시회 MWC에서 공개됐던 패턴을 깨고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된 ‘갤럭시S4’는 갤럭시S 시리즈 최고 흥행작이 됐다. 지난 4월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출시한 ‘갤럭시S6’ 판매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하반기 전략폰 성공 여부에 어깨가 무거워진 가운데, 갤럭시노트5가 패블릿 시장 명예 회복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