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조정위 "삼성, 공익법인 설립하라" 권고

일부 조항 기업 수용 범위 넘어 향후 진통 예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5/07/23 18:58    수정: 2015/07/23 19:05

송주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23일 ▲1천억원 기부를 통한 공익재단 설립 ▲재해관리 점검을 위한 옴부즈만 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23일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서울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 등 이해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조정권고안 중 재단활동과 관련해 질환 예방 수준을 넘어 경영 간섭이 우려되는 내용까지 일부 포함하고 있어 이 권고안이 그대로 수용될 지는 미지수다.

삼성 측은 조정위 발표 이후 입장 자료를 통해 “오랜 시간의 숙고를 거쳐 권고안을 제안해 준 조정위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오늘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권고안에 대해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기본 취지에 입각해 신중히 검토하겠으나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추후 삼성 입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등도 “내용이 방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식 입장을 유보했다.

조정위는 앞으로 10일 이내에 삼성전자,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으로부터 검토된 공식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에 공익법인 기부금액 1천억 마련 권고

조정위는 권고안에서 삼성전자가 공익법인에 내야 할 기부금 액수로 1천억원을 제안했다.

또 반도체산업협회도 적정한 규모의 액수를 내도록 제안했다.

조정위 제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경실련, 참여연대, 산업보건학회, 한국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시민단체들이 다수 참여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위원회가 23일 서울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에서 직업병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기부금은 협회에 신탁되며 이중 70%는 보상사업에, 30%는 공익법인 재산으로 이관 받아 직업병 예방활동과 운영비 등으로 쓰도록 돼 있다.

조정위가 마련한 권고안의 보상 질병은 총 12가지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암, 뇌종양, 생식질환, 차세대 질환(자녀 질환), 피부 질환, 희귀암, 난소암 등이 포함됐다. 각 질병별로 1~14년 동안에 발병한 경우에 대해서 보상해주도록 했다.

■영업기밀 밝히라는 조항들이 변수 될 듯

조정위원회 권고안 가운데 삼성 입장에서 껄끄러운 조항은 현재 법률과 배치되거나 영업기밀 공개에 관한 것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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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LCD 직원들의 건강정보를 60년 동안 보관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는 의료정보를 30년 동안 보관하도록 한 법률의 테두리를 넘어선 것이다.

또 예방대책 사업의 일환으로 반도체, LCD 공정에 쓰이는 화학소재를 비상시적로 샘플링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화학소재는 반도체, LCD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들은 소재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도체, LCD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소재는 소재 자체 뿐만 아니라 배합 비율 등이 산업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들 기밀은 소재를 직접 다루는 장비업계에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