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위기까지 몰렸던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이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네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 끝에 광디스크저장장치(ODD) 부품 제조업체 옵티스와 통신장비제조업체 쏠리드를 새 주인으로 맞게되는 팬택은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시너지를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수백억원대 인수대금 납입과 채권단 동의가 마지막 과제로 남았다.
팬택과 옵티스 컨소시엄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윤준 수석부장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아 이날 쏠리드 판교 사옥에서 인수합병(M&A)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옵티스는 지난달 16일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한 달 간 팬택에 대한 자산실사를 거쳐 세부사항에 대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해왔다.
인수금액은 당초 계획대로 400억원 선에서 결정됐다. 인수대상은 연구개발(R&D) 인력 400명 이상과 팬택의 브랜드 및 특허권 등이다. 제조 관력 인력을 비롯해 김포 공장과 A/S 센터는 잠정적으로 인수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이주형 옵티스 대표는 “회생계획안 승인까지 약 한 달 간의 시간이 남은만큼 인수대금과 고용승계 인력에 대한 세부적인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인수규모가 기존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물론 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에는 기존 계획 대비 변화가 생겼다. 기존 투자자로 참여했던 사모펀드 EMP인프라아시아가 빠지고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쏠리드가 새롭게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쏠리드는 총 60억원을 팬택에 출자할 예정이다.
최종적인 인수 성사를 위해서는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팬택의 회생계획안을 조만간 법원에 제출하고 관계인 집회 등 최종 인가 절차를 거쳐서 9월 초까지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8월 말로 예정된 관계인집회가 열리기 전까지 400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해야한다.
옵티스가 이미 납입한 이행보증금 20억원과 이날 쏠리드가 추가로 낸 계약금 20억원을 제외하고 약 360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컨소시엄은 합병 성사를 위해 추가적인 재무적 투자자를 찾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과 채권단으로부터 회생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야하는 숙제도 남았다.
인수 이후 팬택은 인도네시아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주변기기, 콘텐츠(IP-TV)를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다. 옵티스가 생산 중인 초소형 프로젝터를 팬택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탑재해 이를 통해 IP-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이른바 'IPTV 폰'을 판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아시안 게임에 대비해 ICT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2G에서 4G 이동통신으로 본격 전환을 앞두고 있어 스마트폰 시장 잠재력도 크다.
옵티스는 주력 품목인 광디스크저장장치(ODD)와 자회사인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가 적극 진행 중인 무선충전기,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 등 스마트폰 주변 기기 및 네트워크 사업을 팬택의 휴대폰과 결합해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쏠리드도 그동안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통신장비시장 진출에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팬택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쏠리드 관계자는 "그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통신장비시장 진출에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번 투자 결정은 쏠리드의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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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매각 시도 만에 새 주인을 찾은 팬택은 별도의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인수가 마무리 될 때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불발된 것과 비교해 성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인수규모와 고용승계 규모에 내부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양균 옵티스 회장은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쏠리드와 옵티스가 세계적 휴대폰 제조 기술과 경험을 갖춘 팬택을 인수해 큰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며 "팬택을 고용과 수출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해외진출의 상징 기업으로 재도약 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