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내부적으로 찬성 입장을 정한 가운데, 외부 자문기구인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긴급 소집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내린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견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14일 오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의결권 행사 관련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부터 진행된 회의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결정했다. 결정 내용은 주총전까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찬성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위원회는 통상 국민연금이 판단을 내리기 곤란할 경우 국민연금의 요청에 따라 의결권 행사 지침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미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다시 검토하기 위해 의결권위가 자체 소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의결권 전문위는 3인 이상 위원이 소집을 요청해 열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전문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이 요구하거나 혹은 의결권위원장 또는 소속 위원 3명 이상이 요구할 때 소집할 수 있다.
전문위는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근거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결권전문위 위원들은 투자위원회 개최전부터 이번 합병 건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 결정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규정상 의결권위는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재심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찬성 의견이 번복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오전 소집된 의결권 전문위는 규정과 지침에 따라 열린 것으로 의결권 행사 내역에 대해 국민연금으로부터 보고와 설명을 듣기 위한 취지의 자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 10일 외부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자체적으로 찬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기로 하고, 내부적으로 찬성 쪽으로 가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다만 이같은 결정 내용을 외부에 공지하지 않고 오는 17일 임시 주주총회 이후 밝히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제동을 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해 경제관련 시민단체들이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하며 안팎의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참여연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중대 사안에 대해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원회의 견해를 들어보지 않은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으면서도 찬성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합병안 찬성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인 동시에 연금기금의 가입자들인 국민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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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성명에서 "국민연금이 스스로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의 경우 독립적인 위원들로 구성된 전문위에 안건을 위임하기로 돼 있는 자체 규정이 있다"며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엘리엇도 투자위원회 개최 이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정식으로 회부해 주주들과 연금 가입자들에게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