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소형SUV '춘추전국'...강자는?

티볼리·QM3·트랙스·투싼 4파전...심장 바꾸고 하반기 재격돌

국내시장에서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놓고 완성차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내수시장이 더딘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소형 SUV 판매량은 지속적인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 판매량은 73만7천337대로 전년동기(71만2천800대) 대비 3.4% 늘었다. 같은 기간 소형 SUV의 판매량은 8만1천435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5만9천222대)보다 37.5% 급증했다.

티볼리 디젤 서킷주행[사진=쌍용차]

최근 레저 열풍에다 덩치 큰 SUV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고성능과 실용성,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콤팩트한 사이즈의 소형 SUV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소형 SUV를 엔트리카(생애 첫 차)로 선호하는 경향도 판매 호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연이어 신차를 내놓거나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특히 하반기에는 '디젤' 엔진으로 심장을 바꾼 모델들의 대결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히든카드 '티볼리 디젤', 가솔린 돌풍 이어갈까

올해 1월 가솔린 모델로 먼저 선보인 티볼리는 상반기 1만8천524대가 팔려나가며 소형 SUV 시장에서 판매 1위에 올랐다.

티볼리는 'SUV=디젤'이라는 기존 편견을 불식시키고 뛰어난 가성비로 소형 SUV시장에서 최강자로 부상했다. 쌍용차는 여기에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심장으로 무장한 '티볼리 디젤'를 하반기 히든카드로 꺼내들었다. 디젤 모델을 통해 내수시장 소형 SUV 1위 자리를 확고하게 다진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가솔린 모델이 이미 시장에서 어느정도 볼륨을 키우며 자리잡은 만큼, 디젤 모델의 추가로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 신영식 마케팅본부장은 "가솔린 모델이 신차 효과를 넘어 6개월 이상 판매 호조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디젤과 함께 가솔린 모델이 독립된 세그먼트로 판매량을 유지할 것"이라며 "가솔린과 디젤을 거의 같은 비중으로 판매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해 쌍용차가 내세운 티볼리의 내수판매 목표는 3만5천대다. 하반기 1만6천500여대를 더 판매해야 한다. 티볼리 가솔린의 상반기 판매량을 감안하면 디젤 모델의 추가로 초과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티볼리 디젤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하반기 가장 핫한 신차로 꼽히는 티볼리 디젤은 쌍용차가 3년여의 기간을 거쳐 개발한 유로6 e-XDi160 엔진이 적용됐다. 변속기는 BMW·미니나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사용하는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 출력 115마력, 최대 토크 30.6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5.3km/ℓ다.

고성능 엔진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소형 SUV의 공간활용성 모두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실내는 가솔린 모델의 실용성을 그대로 계승했다.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해 '움직이는 IT공간'을 콘셉트로 설계됐다. 스마트폰 거치대는 물론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구비할 수 있도록 수납함을 마련, 젊은 층의 생활패턴을 최대한 고려했다. 레저를 즐기는 20~30대에 맞춰 실내공간도 극대화했다.

지난 6일 선보인 디젤 모델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은 일단 뜨겁다. 지금 계약해도 약 1개월 후에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정확한 출고 대기기간은 언급하기 힘들다"면서도 "현재 해당 조립라인을 모두 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한 달 안에 맞추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통상 7~8월이 자동차업계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티볼리 디젤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차량 구매자들이 휴가에 앞서 차를 구매하거나 휴가 이후로 차량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면서 "구매시기에 구애를 받지 않는 젊은 층의 구매 욕구에 티볼리 디젤이 부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가솔린 모델의 특장점인 가성비가 다소 희석된 점과 관련해서는 개선된 상품성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디젤 모델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TX 2천45만원 ▲VX 2천285만원 ▲LX 2천495만원으로 책정됐다. 가솔린 모델(A/T 기준)의 판매가 ▲TX 1천795만원 ▲VX 1천995만원 ▲LX 2천235만~2천347만원과 비교해 200여만원 비싸졌다.

■QM3·트랙스 디젤·신형 투싼 "반전 노린다"

QM3(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의 QM3는 2013년 12월 출시 이후 누적판매량 3만대에 달한다. 내수시장에서 소형 SUV의 새로운 판매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연비, 수입차임에도 국산차와 같은 A/S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특히 QM3 1.5 디젤 모델의 연비는 18.5㎞/ℓ(복합연비 기준)로 국내 동급 모델 중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한다.

올 상반기에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내세운 티볼리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올 1~6월 QM3의 판매량은 1만155대다. 다만 전년동기 대비 20%의 신장세는 유지했다.

르노삼성은 해외에서 판매 중인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QM3를 국내에 하반기께 선보일 계획이다. 상품성은 기존 모델을 통해 충분히 인정받은 만큼, 가격대가 관심사다. 2천280만~2천570만원인 현재 가격보다 오를 경우 수입차라는 차별성을 감안하더라도 티볼리 디젤(2천45만~2천495만원)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쉐보레 트랙스(사진=한국GM)

한국GM의 트랙스는 국내 SUV시장의 포문을 연 모델이지만 그동안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티볼리 가솔린 모델에 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고, QM3와 비교해서는 연비가 뒤쳐져 선택지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트랙스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5천307대로 작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한국GM은 이르면 오는 9월께 유로6를 적용한 디젤 모델의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솔린 모델의 부진을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파워트레인은 1.6ℓ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대 역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준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랙스 디젤의 정확한 출시 시점은 아직 정확히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쟁 모델의 제원과 가격대가 잇따라 공개된 만큼, 공개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산대로에 위치한 '모터스튜디오 서울'에 전시된 '올 뉴 투싼'(지디넷코리아)

유로6 2.0 디젤 엔진과 다운사이징한 1.7ℓ 디젤 엔진의 2가지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 신형 투싼은 출시 후 2만2천424대가 판매됐다. 젊은 층을 겨냥한 1.7 모델은 9천849대가 팔렸다. 다만 현재까지의 실적을 놓고 보면 신차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신형 투싼은 지난 3월 출시 직후 다음달인 4월에는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9천255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5월에는 7천270대로 감소하더니 지난달에는 4천929대를 기록해 4월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의 내수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물량 감소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신형 투싼은 지난달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수출량이 3배가량 늘었다.

기아차는 올 3분기 신형 스포티지로 반격을 노린다. 신형 투싼에 탑재된 1.7디젤 모델이 추가되는 신형 스포티지가 출시되면 모델 노후화로 부진했던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으로 무장한 소형 SUV는 기존 수요에 주행성능과 연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새 고객층을 창출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점유율 판도가 향후 시장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