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에서 거세지고 있는 수입차 공세에 맞서 국산차 업계가 안방시장 사수에 본격 나선다. 통상 7월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신차를 잇따라 출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내수 점유율을 반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올 들어서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수입차업체들은 가파른 판매 증가율을 보이며 강세를 이어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9만5천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1만8천386대가 팔려나가 전년동월 대비 20.1%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브랜드별로는 BMW 4천649대, 메르세데스-벤츠 3천530대, 폭스바겐 2천522대, 아우디 1천508대 등의 순으로 독일차 4강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반면 지난달 국산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12만1천497대로 전달(13만3천935대)보다 9.3% 감소하며 두 자릿수 가까운 하락 폭을 나타냈다. 현대차 -12.8%를 비롯해 기아차 -7.1%, 한국GM -3.8%, 쌍용차 -4.6%, 르노삼성 -6.8% 등 모든 업체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적을 전년동기 대비로 보면 0.2% 늘어나면서 간신히 현상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업체마다 강도 높은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더 컸다는 평가다.
특히 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경우 사상 최초로 쏘나타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아반떼 등 차량 모델에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도입하며 대대적인 판매 촉대에 주력했지만 지난달보다 판매량이 오히려 두 자릿수나 쪼그라들었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판매량이 8.2% 감소했다. 볼륨 모델인 '쏘나타'의 부진은 더 뼈아프다. 쏘나타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월간 판매량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6% 감소한 9천495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다만 쏘나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131.4% 늘어난 점이 위안거리다.
전월 대비로는 12.4% 증가했지만 36개월 무이자 할부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판촉 강화 마케팅이 종료될 경우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쏘나타 터보 등 신차 대거 출격...판매 성패가 내수 분수령
하반기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 업체들의 반전을 이끌 승부수는 신형·파생모델이다.
현대차는 주력 모델인 쏘나타의 파생모델로 하반기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건다. 다음달 2일 주력 중형 세단 쏘나타의 다운사이징 모델인 1.6터보와 1.7 디젤을 선보인다.
쏘나타 1.6터보는 직분사(GDi) 엔진을 장착해 배기량을 400cc 낮추고도 최대 출력은 2.0CVVL의 최대 출력 168마력보다 높은 177마력을 발휘한다. 7단 DCT를 장착해 연비는 12.7~12.8㎞/ℓ까지 향상됐다.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내달 출격한다. 국산 PHEV 모델은 쏘나타가 처음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엔진을 혼합한 기존 하이브리드(HEV) 차량에 플러그를 꼽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친환경차다. 누우 2.0 GDI 엔진과 50kW 전기모터,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시스템 최대출력이 202마력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현대차의 무이자 할부 등 판촉 공세 강화가 쏘나타 판매를 깜짝 반전시켰다"면서도 "다만 지속적인 판촉 강화 정책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내달 선보이는 파생 모델들의 상품성이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느냐가 판매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 역시 내달 중순께 신형 K5를 선보인다. 신형 K5는 K5의 2세대 모델이다. 2.0 가솔린·2.0 터보·1.6 터보·1.7 디젤·2.0 LPI의 총 5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 탑재로 연료 효율성을 개선하고,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51%로 확대해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산차 중형 최초로 휴대전화 무선충전시스템도 탑재됐다. 기아차는 신형 K5를 내수시장에서만 연간 40만대를 팔아치운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달 22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 전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역시 내달 1일 신형 스파크를 출시, 내수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스파크는 한국GM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이다.
올 1~5월 스파크 판매량은 2만1천558대로 전년보다 15.0% 줄었다. 업계에서는 신형 모델의 대기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만큼, 회사 측은 신형 모델의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형 스파크는 6년 만의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로,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바 있다. 기존 모델보다 확장된 휠베이스(축간거리)와 36㎜ 낮아진 전고 등 날렵해진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GM(제너럴모터스)의 1.0ℓ 3기통 차세대 에코텍 엔진과 닛산의 최신 무단변속기(CVT)를 탑재, 연료 효율성과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배가시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심 주행 연비를 높이는 스톱 앤 스타트(Stop & Start) 기능,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과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 첨단 안전사양이 대거 탑재된다. 특히 국내 완성차업계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쌍용차는 내수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티볼리의 파생 모델로 하반기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다. 올초 선보인 티볼리 가솔린 모델은 1만5천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쌍용차 내수실적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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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내달 6일 티볼리의 디젤 모델과 4륜 구동 모델을 출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티볼리 디젤은 1.6ℓ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복합연비는 15.3㎞/ℓ(도심 13.7/고속 17.8)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다음달 주요 신차들을 선보이고 일찌감치 하반기 내수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며 "내달 출시하는 모델들의 신차 효과가 9~10월께 뚜렷해지면 하반기 내수시장 판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