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관련 인력 7천800여 명을 감원하고 76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손실처리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MS가 윈도폰 사업 자체를 정리한다고 보긴 어렵다. MS로선 윈도 플랫폼을 적용할 모바일 하드웨어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MS가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윈도폰 사업을 되살릴 새로운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키워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8일(현지시간) MS는 공식적으로 하드웨어 사업 및 지난해 노키아 인수와 관련된 부분에서 7천800명 규모의 추가 인원 감축을 실행하고 76억 달러를 손실처리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MS 내부에서 노키아 지우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엔 노키아 CEO 출신으로 MS 디바이스그룹을 맡았던 스티븐 엘롭 총괄부사장과 노키아 임원으로 MS에 합류해 휴대폰사업을 총괄해온 조 할로 부사장이 퇴사를 결정했다. 지난해 1만8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대부분이 노키아 인수를 통해 MS에 합류한 직원들이 그 대상이었다.
일련의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보면 MS가 스마트폰 사업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접기 위한 행보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스마트폰 사업을 제대로 해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공개한 메시지를 살펴보면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이번 구조조정이 “스마트폰 비즈니스의 성장과 (서피스, X박스, 홀로렌즈 등) 자체 제작하는 디바이스를 포함해 윈도 플랫폼 생태계 형성 및 성장을 위한 전략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비즈니스 사용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최상의 관리, 보안, 생산성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윈도팬’들에겐 그들이 사랑하는 플래그십 디바이스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하며 향후 MS의 스마트폰 사업이 가능성 있는 특정 영역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나델라의 발표를 보면 MS가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한 이유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된 플레이어로 자리잡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신들은 지금처럼 MS가 다양한 루미아 모델을 출시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몇 가지에 모델만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전에도 MS가 일명 ‘서피스폰’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있어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발표 중 비즈니스 사용자들을 언급한 부분은 서피스폰 출시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윈도팬들을 위한 플래그십 디바이스를 제공할 것이란 부분에선 구글 넥서스폰 같은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따로 존재해온 운영체제그룹과 디바이스&서비스그룹이 하나로 통한 것도 MS 스마트폰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통합으로 윈도 OS와 루미아, 서피스, X박스, MS 밴드, 홀로렌즈 등 전체 디바이스 제품군이 한 사업부에 들어가게 됐다.
윈도OS와 MS 자체 디바이스들이 더욱 긴밀하게 통합되면서 다양한 윈도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정 기능들이 개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애플이 애플 마니아들을 위해 맥, 아이패드, 아이폰을 긴밀하게 연동시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윈도 PC, 태블릿, 스마트폰, 홀로랜즈 등이 긴밀하게 연동된다는 시나리오다. 나델라가 언급한 '윈도팬을 위한 플래그십 디바이스'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사티아 나델라는 이번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나은 제품으로 더 효과적인 폰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점도 부각했다. 라인업을 줄이는 것 역시 앞으로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 얘기와 일맥상통하다. 윈도와 하드웨어를 한 사업부로 통합한 것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윈도폰, 서피스, X박스 등 하드웨어 사업이 윈도 부서에서 모두 관할 하면서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윈도폰이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한 탓이 컸다. 윈도폰은 쓸만한 앱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적고, 제조사와 통신사들도 지원하지 않는 악순환 구조에 놓여 있었다.
MS는 윈도10을 기점으로 모바일 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장치를 여러개 만들어 놨다. 윈도10에서 PC, 태블릿, 모바일 등 디바이스에 상관 없이 하나의 앱을 만들면 어느 기기에서나 쉽게 포팅할 수 있게 플랫폼 코어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나 iOS용으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도 쉽게 윈도폰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툴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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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앱 생태계가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 해도 스마트폰 하드웨어 업체들이 윈도폰 제조에 동참할진 또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최대한 작은 규모로 자체 스마트폰을 제작하면서 비즈니스 사용자나 같이 특정 집단들을 대상으로 먼저 작은 성공을 거두는 전략이 MS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