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엘리엇 票대결…소액주주 행동요령은?

주총일 전까지 우편으로 합병 찬·반 투표 위임 가능

홈&모바일입력 :2015/07/09 17:18    수정: 2015/07/09 17:52

정현정 기자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위임장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는 주총일을 5영업일 앞둔 9일 마감된다. 삼성물산 외국인 주주들이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행사하려면 이날 밤 12시까지 미리 지정한 상임대리인을 통해 한국예탁결제원 예탁자동통신시스템(SAFE)에서 의결권 행사 절차를 마쳐야한다.

대리인들의 의사전달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은 이미 결정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번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와 함께 24.4%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의 마지막 선택이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이미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특히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합병 반대 의견을 낸데다 합병 성사를 위해 엘리엇 대비 두 배의 찬성표가 필요한 삼성물산의 경우 직원들이 총동원돼 전국의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면대면 설득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오는 17일 오전 9시 각각 양재동 aT센터와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서 합병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를 연다.

■소액주주 합병 찬·반 투표 어떻게?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거나 ▲대리인을 통하는 방법 혹은 ▲서면투표를 통해 위임장을 전달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찬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주주총회에 출석하는 경우에는 본인 신분증 또는 주총 참석장 원본을 지참한 후 주주총회장에 입장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주총장에 직접 참석할 수 없을 경우에는 위임장을 작성한 후 제3자를 대리인으로 지정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주주의 인감이 날인되거나 자필 서명이 포함된 위임장을 작성해 대리인에게 전달하고 신분증 사본과 주총 참석장 원본을 위임장 뒤에 첨부해야한다.

혹은 삼성물산이나 엘리엇에게 우편 혹은 직접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사를 위임할 수도 있다. 위임장 양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나 삼성물산과 엘리엇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 받아 출력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모든 주주들에게 위임장과 의결 위임 방법이 담긴 안내문을 우편을 통해 모든 주주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합병에 찬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경우 작성한 위임장을 동봉된 회신봉투에 넣어 참석장 혹은 신분증 사본과 함께 주총일 이전까지 송부해야한다. 기관의 경우 위임장과 법인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

위임장에는 소유주식수, 의결권 있는 주식수, 위임할 주식수를 정확히 기재해야한다. 만약 주식수를 비워두거나 잘못 기재할 경우 무효표가 될 수 있다. 주주번호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 기재돼있다. 정확한 주식수 확인을 위해서는 삼성물산이나 엘리엇에 문의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의안별로 찬성·반대 여부 기표도 필요하다. 이번 주총에는 총 3개의 안건이 상정된다. 1호 의안은 삼성물산이 상정한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다. 만약 합병에 찬성한다면 1호 의안에 찬성을, 반대한다면 반대란에 기표하면 된다.

2호와 3호 의안은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 것으로 삼성물산이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 안과 이사회 결의 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회사가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두도록 개정하며, 중간배당은 금전뿐 아니라 현물로도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안이다.

삼성물산(왼쪽)과 엘리엇이 주주들에게 보낸 위임장 양식

■다급한 삼성물산 “직접 찾아갑니다”

삼성물산은 합병 성공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반대로 주주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반대측 보다 더 많은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공시 이후 효력이 발생한 지난달 30일 이후 직원들이 직접 나서 의결권 권유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직원들은 삼성물산 주식을 수천주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권예탁원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주주명부에는 성함과 주소만 기재돼있어 전화 연락이 불가능해 직접 주소지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접촉하고 있다.

위임 권유 활동에는 부장 이하 일반 직원들부터 전무급 임원까지 총동원됐다. 지역도 수도권 뿐만 아니라 대전·대구·부산·광주·진주 등 전국을 가리지 않는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합병에 찬성할 것과 찬성쪽에 위임할 것을 주주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직접 만남이 불가능할 경우 편지와 명함을 남기고 두 세차례에 걸쳐 계속 접촉을 시도한다.

실제 소액주주연대 카페 등에 올라온 후기에 따르면 삼성물산 마케팅 부서 한 부장은 “저희 회사가 비약적인 도약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주주님을 찾아 뵙고 회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도움을 부탁하려 한다”면서 “주주님이 편하신 날짜와 시간에 찾아 뵙고 회사 현황을 설명 드리겠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명함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제일모직 투자설명서 책자와 함께 삼성물산 참고서류와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내용의 우편물도 발송했다.

이는 합병안 통과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글로벌 1~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합병 반대를 권고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되는데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하고 있는 단일 최대 주주로 이번 합병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성 여부도 불투명해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우호지분은 삼성 특수관계인과 ‘백기사’ KCC를 포함해 19.8% 수준이다.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70% 참석율을 가정했을 때 약 47%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엘리엇, 주주들에게 공개서신 "삼성물산 못 믿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따른 반대 권고로 외국인 투자자 결집에 한층 여유가 생긴 엘리엇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접수받고 있다.

엘리엇은 개별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발송하는 대신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앞서 개설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20쪽 분량의 서신에서 엘리엇은 기존 주장을 재확인하면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평가됐다는 점과 합병 시너지에 대한 의문, KCC에 대한 자사주 처분이 부적절하다는 내용 등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엘리엇 역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삼성물산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일을 막고 이사회가 삼성물산 주주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임시주총에서 반대하기 바란다"며 "의결권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주총일 4영업일 이전인 10일까지 위임장을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의결권 위임을 촉구했다.

또 엘리엇은 공개 서신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불신도 그대로 드러내며 날을 세웠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및 의안별 표결에 관한 지침이 임시주주총회에서 그대로 정확하게 행사됐는지 여부에 대해 일괄적으로 별도의 확인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주주들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와 의안별 찬반 의사 표시를 어떻게 했는지를 엘리엇에 서면 또는 전화로 알려준다면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인정한 의결권 인정 및 표결 집계 현황을 엘리엇이 교차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