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 유휴 대역인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들 황금주파수 대역을 지상파UHD 용도로 채택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국익에 눈감고 글로벌 추세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700MHz 주파수를 KBS1·2, MBC, SBS, EBS 등 지상파 UHD 5개 채널에 30MHz(6MHz×5)를 분배하자고 요구했다.
이날 미방위 위원들은 KBS1·2, MBC, SBS 등 4개 채널에는 700MHz 주파수를, EBS에는 DMB 대역 채널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4+1’안도 반대하고, 지상파 5개 채널 모두에 700MHz 대역을 주자고 정부를 압박했다.
사실상, 국가재난안전통신망에 할당된 20MHz폭을 제외하고 남은 700MHz 주파수를 방송용 UHD에 분배하자는 주장이다.
이날 주파수소위원장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상파와 정책, 기술 분야로 나눠 두 차례의 비공식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통신사와 상생을 위해 양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했다”면서도 “EBS에도 700MHz 주파수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KBS, MBC, SBS는 물론 EBS도 700MHz 주파수를 받아야 한다”며 “EBS만 DMB 채널을 분배한다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국회 주파수소위에 속한 여야 의원들이 700MHz 주파수를 모두 방송용으로 분배하자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신용 주파수로 활당되고 있는 700MHz가 유독 국내에서만 방송용으로 할당될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등이 2차 디지털 전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키로 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독일은 800MHz에 이어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쓰기 위한 경매를 실시, 이를 마무리했다.
T-모바일, 보다폰, O2 등 3개 사업자가 참여한 경매에서 27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총 181회 경매가 진행돼 총 5억8천100만유로(약 6조3천600억원)에 낙찰가가 정해졌으며, 이를 통해 독일은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한 유럽의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아울러, 프랑스도 지난 19일 통신규제기관인 ARCEP은 전기통신 자문기구인 CCCE(commission consultative des communications electroniques)에 2차 디지털 전환 대역인 700MHz 분배·사용에 관한 결정 초안을 제출하면서 올 4분기 경매계획을 밝히고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공급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총 6개 블록(60MHz폭, 2×5MHz)을 최저 입찰가 25억유로(블록당 416만 유로)에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생긴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표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UHD 방송에 이를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파수 표준대역 및 산업 표준화가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인데다, 무엇보다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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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글로벌 표준화 및 기술 추세에 따라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할 주파수 정책을 '주파수 문외한'인 정치인들이 방송권력에 떠밀려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미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표준도 확정되지 않은 UHD 방송에 700MHz 주파수를 모두 분배하자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지상파의 직접수신가구가 6.7%에 불과해 대부분의 가구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는 나라에서, 700MHz를 지상파에 분배해 생기는 국가적 손실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