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의 '데스크톱 접속 금지'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

데스크 칼럼입력 :2015/06/16 09:27    수정: 2015/06/16 13: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가디언 건물 내에서 종이신문을 모두 없앤 것이다.

종이신문 시장에서 잘 나가는 가디언이 왜 그런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을까?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사고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기자들이 종이신문을 보면 안 된다”는 선언이었다.

이번엔 뉴욕타임스가 깜짝 소식을 전해 왔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본사 건물 내에선 데스크톱PC로 뉴욕타임스 사이트를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 조치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적용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내에서 데스크톱PC로 자사 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떻게 될까?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꺼내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업무상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꼭 접속해야 할 경우엔 ‘이메일’ 주소를 보내면 하루 동안 접속을 ‘허가’해 준다고 한다.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는 왜 이런 거추장스러운 조치를 취한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바뀌기’ 위해, 그것도 좀 더 철저하게 바뀌기 위해서다.

가디언은 한 때 “종이신문을 없앨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디지털 퍼스트 고민을 깊이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들어 ‘모바일 퍼스트’를 선언했다. 모바일 트래픽 비중은 이미 지난 해에 절반을 넘어섰다.

뉴욕타임스 빌딩. (사진=위키피디아)

솔직하게 털어놓자. 기자는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에 대해 잘 모른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부 조직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 지 알지 못한다. 다만 외신이나 미디어 전문 매체들이 전해주는 소식 정도만 귀동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의 ‘데스크톱 접속 금지’ 조치엔 적잖이 감동했다. 변하기 위해선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 잘 보여준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혁신을 외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뭔가를 내놓을 땐 “혁신이 없다”고 쉽게 비판한다. 하지만 혁신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너무나도 익숙한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이 어려운 게 언론사 조직이다. 업의 성격상 ‘전통’을 무시하기 힘든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기자들은 ‘혁신적인 사고’를 갖기가 쉽지 않다. 하루 하루 쏟아지는 일들을 쫓아다니느라 정신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데스크톱 접근 금지령’은 이런 기자들에게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다.

문득 10여년 전 일이 생각난다. 당시 처음으로 대학에 출강했던 기자는 첫 시간에 “집에서 신문 보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물었다. 손 드는 학생이 별로 없었다. 그 때 그들은 이미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 많은 언론사들은 그런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여전히 익숙한 방식으로 일하고, 익숙한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그 때부터 몇 년 사이에 언론 시장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스포츠신문 가판 경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말 한 마디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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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이 땅의 뉴스 소비 문화는 포털이 바꿔놨다. 하지만 이젠 모바일 기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런 변화 물결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생산 최일선에 있는 기자로서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할까? 뜬금 없어 보이는 뉴욕타임스의 ‘데스크톱 접속 금지령’이 던진 메시지가 내 뇌리를 강하게 두드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