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은 인텔의 오랜 텃밭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윈텔 듀오’로 불리면서 PC시대를 주도했다. 하지만 PC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인텔의 고민도 함께 깊어졌다.
최근 수 년 동안 모바일 사업에 공을 쏟으면서 ‘PC의존도 줄이기’를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인텔이 1일(이하 현지 시각) 167억 달러란 거액을 투자해 알테라를 인수한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PC 시장 의존을 줄이고 사물인터넷(IoT)이나 데이터 센터를 비롯한 새로운 사업 영역을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알테라를 인수하기 위해 인텔은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했다. 알테라 주식 한 주 당 54달러씩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167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금액은 47년 인텔 역사상 최대 규모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 역시 “초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금액(the number)이 꽤 크다”고 말했을 정도다.
■ 40년 주력 PC 사업, 이젠 한계 달한듯
인텔은 왜 이런 출혈을 감수하면서 알테라를 인수했을까? 인텔이 인수한 알테라는 서버는 물론 무선 네트워크 장비용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업체다. 인텔은 알테라의 포트폴리오를 자사의 서버용 프로세서인 제온 시리즈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크르자니크가 알테라 기술을 활용해 기업 데이터센터 사업 쪽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IoT를 비롯한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데 알테라 기술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의 고민은 지난 1분기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분기 인텔의 매출은 127억8천만 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129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인텔은 데이터센터 그룹 매출이 37억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증가했다. 신흥 사업 부문인 IoT 역시 5억3천300만 달러로 11% 상승했다.
문제는 주력 부문인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이었다. PC와 모바일 사업이 포함돼 있는 클라이언트 부문은 매출 74억 달러로 지난 해에 비해 무려 8%나 감소했다. 소프트웨어 그룹 역시 5억3천400만 달러로 3% 줄었다.
크르자니크 CEO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데이터센터, IoT 분야 등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PC 수요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런 결과는 우리 성장 전략을 계속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실적 발표를 하는 쪽에선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을 강조하게 돼 있다. 크르자니크의 발언 역시 그런 점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뒤집어 얘기하면 핵심 사업인 PC 칩 부문이 성장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크르자니크는 지난 2013년 CEO 취임 이후 모바일 칩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ARM 기술을 라이선스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 칩 시장에선 경쟁 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 "모바일은 인텔 성장 엔진 아니다" 공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크르자니크 역시 “스마트폰은 우리 성장 엔진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1분기 성적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센터나 IoT 쪽에 미래가 있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인텔은 알테라 주력 분야인 FPGA 시장이 연 7%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테라 인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인텔의 주당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텔은 우선 알테라 FPGA가 포함된 제온 칩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두 칩을 별도 구매할 때보다 훨씬 더 이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내년 말 출시된 지 2017년부터 본격 발매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크르자니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두 종류 디자인을 실리콘 하나에 구현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면서 “이런 통합 제품은 더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분리된 칩에 비해 성능이 두 배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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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알테라 회로를 결합한 저가 아톰 칩을 앞세워 서버 사업자들을 우선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로봇을 비롯한 새로운 사업 영역 쪽도 앞으로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톰 해켄버그 수석연구원 역시 “인텔의 소형(Micro) 프로세서는 고성능 컴퓨팅에 최적화 돼있고, 알테라의 PLD와 FPGA는 유연성을 갖춘 코프로세서로서의 강점을 갖고 있는 점이 이번 합병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