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카라 스위셔는 1996년 한 기업에 주목한다. 스티브 케이스가 이끌던 AOL이었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기업. 스위셔는 몇 년간의 취재 끝에 'AOL.com'
스위셔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 책. 하지만 그 책만으론 AOL 얘기를 온전히 하긴 힘들었다. 이듬 해인 2000년초 타임워너를 인수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때문이다.
더 극적인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클릭 앤 모타르’의 황금 결합이란 평가를 받았던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 때마침 찾아온 닷컴 몰락과 함께 AOL의 위세는 순식간에 약해졌다.
그 무렵 카라 스위셔는 월스트리트저널로 직장을 옮겼다. 당연히 ‘AOL 그 이후’ 얘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 카라 스위셔는 AOL 웹 사업 부문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짐 뱅코프를 만났다. 이 과정을 통해 스위셔는 AOL 타임워너의 붕괴와 부활 노력을 다룬 두 번째 책을 펴냈다.
■ 2000년대 초반 짐 뱅코프와 만나
지금은 잊혀진 에피소드. 하지만 IT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당시 기자와 취재원이었던 둘의 만남은 복스가 리코드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짐 뱅코프는 지난 2008년부터 복스 미디어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주 복스가 리코드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IT 뿐 아니라 미디어업계 종사자들이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라 스위셔와 월터 모스버그란 스타 기자가 이끄는 리코드는 2014년 초 출범 이후 줄곧 퀄리티 저널리즘을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크게 세 가지 궁금증을 제기해볼 수 있다.
1. 왜 리코드는 ‘회사 매각’을 선택했을까?
2. 왜 하필 복스에 인수됐을까?
3. 리코드의 18개월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순서를 바꿔 두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왜 복스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2000년대 초반 카라 스위셔와 짐 뱅코프 간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책 집필을 위해 수시로 만나는 과정에서 깊은 신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의 만남은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가 2013년 말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새로운 매체를 만들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투자받길 원했던 사람이 바로 짐 뱅코프였다.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는 리코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절대로 벤처캐피털(VC) 자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이해 상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NBC유니버셜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 리코드는 출범 당시 NBC유니버셜과 윈저 미디어 등으로부터 총 1천만 달러를 유치했다.
■ 리코드, 컨퍼런스 외엔 뚜렷한 매출원 없어
이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던 IT 매체 리코드는 왜 18개월 만에 복스 우산 속으로 들어가게 됐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실적 부진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 해 리코드의 매출은 약 1천만 달러 수준이었다. 올해는 매출이 1천200만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리코드의 주 수익원은 올싱스디지털 때와 마찬가지로 컨퍼런스였다. ‘코드(Code)’ 컨퍼런스는 시작할 때부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비롯해 우버, 스냅챗, 트위터, 넷플릭스 등의 CEO들을 연이어 연사로 초대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코드’는 입장 티켓 값만 3천 달러에 달할 정도로 고품격 컨퍼런스로 정평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장기 성장을 담보할 수준이 못됐다. 게다가 합병 발표 당시 알려진 것처럼 리코드는 트래픽 면에선 경쟁사에 크게 뒤졌다. 복스를 비롯한 주요 경쟁 매체들이 월 방문자 5천만 명을 자랑한 반면 리코드는 250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리코드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얼마 전 파산한 기가옴을 비롯해 판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은 연이어 VC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의 선택은 달랐다. 이들은 투자를 받는 대신 복스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은행에 남아 있던 자금 700만 달러 대부분은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 6개월 전부터 합병 협상…CES 직후 급물살
다시 두 번째 궁금증과 연결된 질문. 그렇다면 복스와 리코드는 언제부터 합병 협상을 진행했을까?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두 회사는 6개월 전부터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협상을 해 왔다.
하지만 협상에 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 1월 열린 CES 직후부터였다. 스위셔와 모스버그는 뱅코프와 경쟁한다는 건 무모하다는 판단을 했다. 결국 이들은 리코드에서 갖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정을 한 둘은 지난 주 리코드 직원 44명 앞에 섰다. 독립 매체로 남아 힘든 경쟁을 하는 대신 ‘미디어 원양어선(media ocean liner)’을 찾기로 했다는 결심을 직접 설명한 것. 직원들과 투자자들 역시 이들의 결심을 지지했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회사 매각을 고려하기 시작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카라 스위셔가 내놨다.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팔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2014년 경쟁자들 모두가 자금을 유치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속하게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복스와 버즈피드는 최근 1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비즈니스인사이더도 5천6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카라 스위셔는 “우리는 저널리즘과 브랜드 면에선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리코드의 18개월, 어떻게 봐야 할까
과연 리코드의 18개월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일단 인수 규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스의 리코드 인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리코드 인수 규모가 1천500만~2천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리코드 경영진들에겐 주식 인센티브가 일부 주어졌다.
리코드의 지난 해 매출 1천만 달러의 두 배 수준인 셈이다. 대부분의 미디어 회사 인수가 매출액의 4~8배 수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살짝 헐값이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또 다른 IT 매체인 판도는 “카라 스위셔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꼭 실패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위셔와 모스버그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복스 입장에서 보면 이번 인수는 꽤 성공적이라고 봐야 한다. 또 다른 IT 매체 더버지가 최근 살짝 흔들리는 상황에서 카라 스위셔와 월터 모스버그를 영입한 것은 굉장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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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리코드의 강점인 컨퍼런스를 그대로 옮겨올 수 있는 점 역시 그들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15년 전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났던 카라 스위셔와 짐 뱅코프.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규모에 비해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복스의 리코드 인수를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