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시대, 개인 비서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

전문가 칼럼입력 :2015/05/29 08:07    수정: 2015/05/29 08:07

김승열

레딧(reddit)의 AMA(Ask Me Anything)에는 가끔씩 세계적인 유명인이 직접 참여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거나 질의에 답변을 올려서 화제를 모으곤 한다. 올해 초에는 빌 게이츠가 AMA에 등장하여(물론,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에 한 사용자는 향후 30년간 개인용 컴퓨터가 어떻게 진보될 것 같냐는 빌 게이츠의 견해를 물어보았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빌 게이츠는 '개인 비서’를 언급했다. 지금과 같이 사용자가 각각의 앱을 실행시키고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앞으로는 개인 비서가 정보를 종합해서 알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인에 관련된 모든 것을 기억하면서 물건을 찾는 걸 돕거나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작년 말 대만에서 열린 구글 ‘모바일퍼스트’ 행사에서 개인 비서에 대해긍정적인 전망을 하였다.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모바일 기기와 관련된 중요한 변화는 개인 비서화이다."라며 "지구촌 사람들은 스마트한 개인 비서를 하나씩 가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필자는 빌 게이츠와 에릭 슈미트가 먼 미래에 일어날 공상을 이야기 한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비서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숙히 파고 들어 있다. 애플의 시리(Siri), 구글의 구글 나우(Google Now), MS의 코타나(Cortana) 등과 같은 앱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이미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음성을 통하여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스마트폰의 사용행태를 분석하여 적절한 콘텐츠를 노출시켜 준다. 아예, 개인 비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전용 기기도 나와 있다. 아마존은 작년 말에 ‘에코’라는 신개념 스피커를 출시했고 이와 유사한 소니의 ‘스마트 블루투스 스피커(Smart Bluetooth Speaker)’도 있다.

이와 같은 개인 비서는 새롭거나 혁신적인 개념은 아니다. IT 종사자들에게는 물론이고 미드에 나오는 키트(KITT)나 아이언맨의 자비스(JAVIS) 등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이미 실제 구현 기술보다 훨씬 높은 기대수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저명한 인사들이 개인비서를 언급하고 다양한 보고서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과 ‘IoT'라는 이름을 가지고 사용자들의 주변 기기들은 모두 상호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다채널의 시대에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가공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집합 서비스(Aggregation Service)의 중요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마련이다. ‘허브(Hub) 서비스’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결국 오래전부터 시도되고 있었던 개인 비서의 기능이나 목적과 동일하다. 결국, IoT 시대의 핵심 서비스로 개인 비서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표적인 개인 비서들은 OS 사업자들의 제품이다. 이들은 써드파티앱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데이터들까지 모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데이터가 핵심인 영역이기 때문에 출발선부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성공한 상업 OS가 없는 국내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렇게 IoT 산업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개인 비서에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일까? 성공여부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화두들은 존재한다.

첫째, 개인화된 데이터를 통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추천과 홈네트워크 제어 분야에서 OS 사업자들와 경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자. 하지만, 딱딱한 로봇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로는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지점을 공략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감성적이고 생활 밀착형 콘텐츠가 좋은 영역이 될 수 있다. 신년이 되면 토정비결을 보여주거나 야근하고 있을 때 힘내라고 말을 걸어주는 개인 비서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대부분의 개인 비서들은 음성을 통해 제어가 되고 있다. 기능적인 목적에 충실할 뿐 가시적인 ‘비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코타나가 푸른색의 움직이는 18가지 UI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가상의 기계라는 느낌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하거나 실물 기기를 통해 사용자와 스킨십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이들과의 차별화는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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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공급자 중심의 콘텐츠나 정보를 노출시키는 것에 대해 사용자들의 거부감은 여전히 높다. 퇴근 시간에 구글 나우가 알려주는 교통 정보는 도움이 된다는 느낌보다는 반감이 먼저 든다. 소비자들은 ‘프라이버시의 가치’가 ‘본인과 관련된 혜택’ 보다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사업자들은 이를 넘어서기 위해 바다 건너 있는 해외 사업자보다 높은 신뢰를 만들어가야 한다. 얼마전에 국내 대형 포탈들이 앞다투어 공개한 투명성 보고서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화두들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적인 해결책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기업들이 해외의 OS 사업자와는 차별되는 고민을 하고 실행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형 포털이나 제조사와 같은 국내 IT 대기업들이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