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대 국산 VR 기기…”생태계 키우자”

[인터뷰]김태형 아바엔터테인먼트 대표

홈&모바일입력 :2015/05/28 15:57    수정: 2015/05/29 10:27

이재운 기자

27일 개막한 월드 IT쇼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어디였을까. 바로 삼성전자 부스에 위치한 ‘기어VR’ 체험 공간이었다. 줄지어 선 관람객들은 360도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탄성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업계와 콘텐츠 업계 모두 최근 들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10시간에 걸친 회동을 마치고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그리 길게 나눴는지 의아해했다. 이날 회동 이후 등장한 삼성전자와 오큘러스(페이스북 자회사) 결과물이 바로 기어VR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만 VR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외에서 이미 많은 업체들이 VR 생태계 구축을 위해 뛰고 있다.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VR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태형 아바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난 21일 홍대 인근 아바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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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소한 것이 VR(가상현실)이란 개념이다. 어떻게 뛰어들게 됐나.

VR이 3D와 원리가 거의 같다. 그 점이 우리가 초반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부분이다. 우리는 2007년 창업한 이후 동국대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창업해 3D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2000년대 들어 3D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장했고, 4K 콘텐츠 제작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4K UHD 콘텐츠 제작 사업은 현재 자회사인 넥스트4K에서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담당 직원을 미국에 보내 교육시키는 등 작은 회사로서는 나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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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산업이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더디다. 그래서 ‘종합 포털’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현재 국내 VR 산업 현황을 보면 콘텐츠 제작 및 편집과 퍼블리싱, 그리고 이용자(수요자)가 각기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360DO’라는 포털을 만들었다. 여기에서는 우리가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각종 장비는 물론 소프트웨어 유통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광학기술로 유명한 칼자이스(Carl Zeiss)나 프랑스의 호미도 등이 만든 가상현실 헤드셋부터, 고프로가 만든 촬영 장비, 편집 소프트웨어, 퍼블리싱 등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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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가 들어와서 직접 판매를 할 수도 있나?

의향을 가진 곳이 있다면 당연히 가능하도록 개방할 것이다. 지금처럼 VR 생태계가 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해외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함께 뭉쳐서 생태계를 조성하고 협업해야 같이 살 수 있다. 이미 국내 업체인 고글텍 제품 유통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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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VR 업계 상황은 어떤가?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360도 가상현실을 적용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선보여 크게 화제가 됐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도 360도 VR 전용 채널 운영에 나섰고, 페이스북도 관련 서비스를 조만간 도입한다. 특히 저커버그가 캠퍼스 투어 등에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다. 또 구글은 일찍이 이머시브미디어라는 업체와 손잡고 길거리를 VR처럼 볼 수 있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내놨지 않나.

▲김태형 아바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는 "개인 PT는 물론 골프 연습, 운전 교육, 외국어 학습 등 다양한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다"며 "VR 생태계를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B2C와 B2B 두 채널 모두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는 물론 대학생들 수준에서도 다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해서 산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생태계 확대 조성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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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를 예상해볼 수 있나?

이미 시도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우선 주목한 것이 바로 개인 피트니스 트레이닝 서비스다. 지금 개인 트레이너에게 레슨을 받으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유명 트레이너의 레슨을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제공하면 더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과거의 비디오테이프 방식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 밖에 골프 연습이나 운전 교육, 외국어 학습 등에 가상현실을 더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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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VR 기기의 가격과 호환성 등에 대한 불만족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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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기들도 좋지만, 우리가 직접 보급형 헤드셋을 만들어 출시할 계획이다. 다음달에 출시할 예정인데, 가격은 2만원대 수준이다. 또 지금 나오는 기기들은 호환되는 스마트폰 기종에 제약이 있는데, 우리 기기는 스마트폰 기종에 상관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콘텐츠 제작회사로서 더 상품 가치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며 “몰입감 자체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바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VR 관련 국제 포럼 IVRPA 2015에 참석할 예정이며, 내년 초 열릴 CES 2016에 자체 VR 헤드셋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