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최초 사고신고 순간부터 구조업무까지 재난 대응 기관들 간에 신속한 대응과 효과적인 재난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통신망 구축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통합된 재난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 경찰·소방·의료 등 재난·재해 대응기관들은 각각 다른 무선통신 시스템을 도입해 통신을 하고 있다. 경찰은 TRS(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 방식의 테트라(Tetra) 무전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시 아날로그 방식의 UHF·VHF 무전기를 지니고 출동한다.
각 재난기관들이 서로 다른 무전 시스템의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 재난·재해 현장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지휘를 받을 수 없으며 또한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일원화된 재난통신망을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에서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와 투자비 과다소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기존 사업방식이 중단되었고 원점에서 재검토 되었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모래위에 지어진 집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란 뜻이다. 이번에 진행 중인 국가재난통신망 사업은 기초를 튼튼히 해서 중간에 중단되는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에서 진행 중인 재난망사업 예산검토와 시범사업추진과 관련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효율적인 재난망 추진을 위해서는 망 안정성(생존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ISP에서 발표한 1만1천693개에 대한 명확한 기지국 산출근거를 제시해 망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과거 안전행정부에서 추진됐던 지휘통신망에서도 통화권 확보가 쉽지 않았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고 한국의 재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ISP에서 산출된 기지국으로 전국적인 통화권을 어떻게 구축해 망 안정성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둘째, 재난망 음영지역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도서·산간벽지 및 지하, 터널의 경우 통화권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지역에서는 상용망 역시도 음영지역을 100%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용망의 활용을 통해 음영지역까지 모두 커버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음영지역에서도 통화를 할 수 있는 위성 등 백업 설비를 갖춰야 할 것이며, 재난·재해로 통신기반 시설이 파괴될 경우에 대비해 이를 보완할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안정적인 유선(백본)망 확보가 중요하다.
이는 재난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하더라도 무선망 구간을 제외한 교환기와 기지국간 유선구간은 통신사업자의 전용회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재난망에 대한 안정성 확보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재난망에 사용되는 제품과 장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기 때문에 개발이 완료된 상용 제품을 공정한 검증을 통해 선택해야 한다.
관련기사
- KT 재난망 총력…‘생존성·경제성·글로벌’ 자신감2015.05.08
- 재난망, 전국 3개권역 1만1천 기지국 구축2015.05.08
- 재난망 구축 속도…기획단→추진단 전환2015.05.08
- 재난망 시범사업 강원 두 곳 분리발주2015.05.08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기본은 어떠한 재난·재해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이자 기본으로 정한 이후 경제성, 운영방식 및 국제표준화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재난망은 구축과 운영에 수조원이 투입되는 등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든 사업이다. 따라서 시작 단계에서 상용망을 활용한 사업비 절감방안, 유지보수 등 추가 예산 소요 가능성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재난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